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위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통과시키면서 중국 정부도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선호해왔지만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방향을 트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중국마저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쓸 곳이 없다며 원화 코인 발행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한국만 관련 산업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이 이달 말 글로벌 위안화 사용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최종 검토 후 승인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글로벌 위안화 사용량 목표치와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당국의 역할, 위험 예방 가이드라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일부 국가들과 국경 간 무역 및 결제를 위한 위안화와 스테이블코인 사용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경우 상하이와 홍콩 등지에서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우선 실험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흘러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중국 가상화폐 정책의 대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가상화폐가 중앙정부의 통제를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왔다. 2021년부터는 아예 자국 내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국내에서는 10월에야 정부 법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10월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방안 등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 보호 2단계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기존에 ‘디지털자산혁신법’이라는 이름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었던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정부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존 디지털자산혁신법은 같은 당 이강일 의원실에서 다음 주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디지털자산기본법)을 시작으로 같은 당 안도걸 의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내놓았지만 아직 심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10월 발의가 목표인 정부안 역시 해당 법안들과의 조율 과정에서 시간이 더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과 규칙 마련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행은 2026년 말에서 2027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용처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상점 결제나 개인 간 해외 송금을 위한 소매용과 금융기관 간 거래에 쓰이는 도매용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지급결제 수단 중 하나로 쓰이는 지역화폐의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는 용도로 쓰자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요국들은 관련 법안 통과와 로드맵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사용처 논의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신중한 검토도 좋지만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치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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