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 카지노와 한국을 오가며 도박자금을 환치기해 온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캐리어(여행용 가방) 등에 달러 고액권을 숨겨 옮겼는데 적발된 금액만 1370억 원에 달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21일 해외 도박자금 등 외환을 불법으로 주고받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총책 A 씨와 운반 총괄 B 씨 등 10명을 붙잡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환치기란 등록되지 않은 불법 외국환전업자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 국내·외에서 자금을 주고받는 불법 외환거래를 말한다.
A 씨는 2022년부터 지인들을 필리핀 현지 영업책과 달러 운반책으로 고용해 조직적으로 환치기한 혐의를 받는다. 필리핀 카지노 등에 상주하던 A 씨와 현지 영업책들은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면서 환치기 고객을 은밀히 모집했다.
이들은 고객들과 사전에 협의한 금액을 국내 계좌로 송금받거나 직접 원화를 건네받은 다음 서울 명동·종로 소재 환전소에서 달러로 환전했다. 운반시 부피를 줄이기 위해 100달러짜리 고액 지폐로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돈은 B씨 등 달러 운반책들이 회당 약 20만 달러씩 519회에 걸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필리핀으로 세관 신고 없이 반출됐다. 세관의 눈의 피하고자 캐리어, 골프백 등 기탁 수화물에 은닉했다.
서울본부세관은 불법 도박자금이 반복적으로 밀반출되는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외화 은닉 수법을 공유하고 출국 여행자의 기탁 수하물에 대한 검색 강화를 요청했다. 또 A 씨 일당을 거쳐 해외에서 외화를 불법으로 수령한 환치기 고객들에 상대로 조사를 벌여 과태료를 부과하고 자금출처 조사를 위해 관계기관에도 통보했다. 서울본부세관 관계자는 “환기치는 밀수입, 보이스피싱, 도박자금 등의 주요 이동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며 “민생범죄자금의 불법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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