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여천NCC 등 10대 석유화학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재편을 통해 최대 370만 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을 유도한다. 2026년 상반기 준공을 앞둔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를 포함한 국내 생산능력은 연간 1470만 톤 수준이다. 이 중 범용 설비 중심으로 최대 4분의 1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이재명 정부의 첫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음에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한 데다 고부가(친환경) 전환까지 실기하는 등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위기 극복의 해답은 과잉설비 감축과 근본적 경쟁력 제고”라고 밝혔다.
국내 NCC 설비는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여수(4개)와 대산(4개), 울산(2개) 등에 총 10개가 존재한다. 이들 설비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1290만 톤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완공, 하반기 시운전을 목표로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샤힌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본 궤도에 오를 경우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연간 180만 톤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중국과 중동 등 해외에서 저가 제품들이 밀려오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 간 경쟁까지 심화되는 셈이다.
이에 구 부총리는 “‘버티면 된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라는 안이한 인식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주요 석화 기업들의 사업재편 협약 체결에 대해서는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토대로 구속력 있는 사업재편 및 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이어 “연말이 아니라 당장 다음 달이라도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 달라”며 “정부도 방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기업과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재편계획에 포함될 수 있도록 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채권금융기관과 함께 재무상황과 자구노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구 부총리는 “업계가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 있다고 판단되면 연구개발(R&D) 지원, 규제 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적기에 마련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는 ‘선(先)자구책, 후(後)지원’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업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은 정부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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