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 증거금(중복 청약 포함)이 85조 원 이상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새내기 종목의 주가도 강세를 보이며 공모주 시장이 단기 자금 투자처로 되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 여파로 증권신고서 제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당분간 청약 기회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2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13개 기업(스팩 제외)은 총 85조 4600억 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구체적으로 대한조선(439260)이 17조 8608억 원의 증거금을 받았으며 삼양컴텍이 12조 9510억 원을 모았다. 에스엔시스로 10조 원이 몰렸으며 아이티켐(309710)(7조 5701억 원)·뉴로핏(380550)(6조 7296억 원) 등도 조 단위의 증거금을 확보했다. 뉴로핏(1923대1)과 아이티켐(1881대1) 같은 경우 경쟁률이 거의 2000대1에 육박할 정도로 흥행했다.
일반 청약 열풍은 새내기주 주가 상승세로도 이어졌다. 올 상반기 LG씨엔에스(LG CNS) 이후 대어가 없던 상황에서 대한조선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효과도 컸다. 최근 한 달간 증시에 입성한 대한조선·아우토크립트(331740)·지투지바이오(456160) 등 8개 종목 모두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시초가를 형성했고, 대다수 기업이 상장 첫날 강세로 마감하면서 새내기주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8개 종목의 평균 공모가 대비 종가 수익률은 약 46% 수준이었다. 이달 1일 증시에 입성한 대한조선은 공모가(5만 원)보다 84.8% 오른 9만 2400원에, 지투지바이오(14일 상장)는 61.7% 상승한 9만 3800원에 상장 첫날을 마무리했다. 8개 종목 중에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를 마친 곳은 엔알비(475230)가 유일했다. 삼양컴텍과 에스엔시스는 각각 18일과 19일 코스닥에 입성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증시가 상승하면서 공모주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며 “최근 새내기주들의 수익률도 좋아서 청약에 도전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모처럼 공모주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이달 12일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기업은 없다. 지난달에 증시 입성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회사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전자증권 등록 누락으로 IPO 일정을 연기했던 에스투더블유가 약 한 달 반 동안의 침묵을 깨고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 제도 개편 후 ‘1호’가 됐지만 다음 달 10일부터 이틀 동안 일반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나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노리는 명인제약이 이르면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이 현저히 줄어든 이유로는 IPO 제도 개선이 꼽힌다. 7월부터 기관투자가 배정 물량의 30% 이상(2026년부터 40%)을 의무보유확약(록업)을 신청한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강화했고,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주관사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이 때문에 예비 상장 기업은 물론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들까지 ‘눈치 보기’를 이어갔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개선안이 시행되면서 다른 곳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시행 초기에 주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기업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반기 결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증권신고서 제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반기 실적을 포함해서 증권신고서를 작성해야 정정 요구를 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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