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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조선업과 리스크 관리

최규종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




조선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선박발주량은 788척, 2326만 CGT(표준선환산톤수)를 기록해 CGT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1.2% 감소했다. 지난해 1~7월 발주량은 2023년 동기 대비 57.0% 증가했는데 조선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알 수 있다.

선박 시장에서는 발주자와 조선소가 모두 불확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선박은 철저히 주문제작방식으로 생산되고 계약에서 인도까지 2~3년이 걸린다. 발주자는 계약 시점에 인도 시점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투기적 발주가 개입한다. 해운 운임이 폭등할 때 고가의 선박을 발주하면 인도 시기에는 선복량 과잉이 발생해 운임이 하락하고 발주처가 손해를 보기도 한다. 때로는 발주자가 고의로 인수를 지연·거부함으로써 조선소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2020년 무렵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위기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조선소는 계약 이후 인도까지 생산요소나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한다. 발주자의 잦은 요구 사항 수정과 설계 변경도 감내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자동차는 표준품으로 주문에서 인도까지 1~2개월이면 충분하고 생산 기간 동안 생산비의 변동이 거의 없다. 또 주문이 없더라도 미리 생산하고 이를 재고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기에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조선업은 타 산업과 달리 매우 높은 변동성을 가지며 조선업만의 독특한 산업구조를 형성한다.

한편 선박 시장은 수요예측이 어렵다. 정상 상태에서의 선박 수요는 해상물동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해상물동량을 전망할 때 전문가들은 세계총생산(GDP), 인구증가율, 에너지 수급, 국제분업 등 거시변수들을 이용한다. 하지만 선박 시장에는 종종 전혀 예상하지 못한 외생변수에 의한 충격이 들어온다. 올해 발생한 대표적 충격은 미국의 중국 해양산업에 대한 통상법 301조 제재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보호무역 조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4월 중국의 조선·해운업에 대해 내린 301조 제재 조치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중국 조선업의 점유율이 2023년, 2024년, 2025년 1~7월 CGT 기준으로 각각 59.8%, 70.0%, 56.0%를 기록했다. 동기간 한국 조선업은 각각 20.1%, 14.7%, 22.5%를 차지했다. 미국 제재가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은 세계 무역의 자유도를 낮추고 국제분업을 약화시켜 해상물동량에 하방 압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브라질·인도 50%, 캐나다 35%, 멕시코 25%, 한국·일본 15%, 영국 10% 등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확정했다. 그 결과 해상화물의 3.6% 정도가 기존 무관세 물품에서 과세대상 물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보호주의가 관세 전쟁에만 그치지 않고 제조업 리쇼어링 전쟁으로 확대가 된다면 물자의 국가 간 이동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나마 조선소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국제해사기구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이다. 기존 시행 중인 선박의 에너지 효율 개선 조치에 더해 10월 선박연료유 규제 조치가 정식 채택되면 저효율·고탄소 선박의 조기 폐선과 신조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도 에너지운반선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조선업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제조 능력뿐 아니라 금융·인력·공급망·에너지·통상 등 종합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세계 최강 한국 조선업에 자긍심을 느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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