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험에 놓인 여천NCC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DL그룹이 원료 저가거래로 인해 962억 원의 손실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DL그룹이 시장보다 낮은 가격에 원료를 조달 받으며 특혜를 누리며 여천NCC에 큰 손실을 야기했지만 정작 위기에는 ‘나 몰라라’는 식의 대응을 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해졌다.
1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법인세 등 추징액 1006억 원을 부과받았는데, 이 중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은 962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세청은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에틸렌 등 원료가 거래된 점을 문제 삼아 여천NCC에 추징액을 부과했다.
DL과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은 제품별로 에틸렌 489억 원, C4R1 361억 원, 이소부탄 97억 원, 기타 15억 원 등이다. C4R1이나 이소부탄 등 원료는 공급받지 않는 한화는 여천NCC에게 에틸렌을 구매하지만 국세청은 거래 가격이 시가였다고 인정했다.
한화그룹은 한화그룹은 “국세청은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됐고 이를 통해 DL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법인세 추징액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시장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건으로 원료공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인한 부당한 이득을 방지해 과세처분, 불공정거래 조사 등으로 인한 법위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DL에게 원료 거래 조건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제안했다. 한화는 “시장원칙에 따라 거래조건을 정하고 거래조건의 적정성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며 “DL의 주장대로 불공정거래 조건을 이어갈 경우 여천NCC는 국세청에게 다시 과세 처분 등을 당해 거액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이 여천NCC와 관련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는 DL그룹을 향해 “원료공급계약 협상에서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자 불합리한 주장을 하면서 객관적인 사실관계마저 왜곡하고 있다”며 “DL은 시장원칙과 법을 위반하고서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로 부도 위기에 놓인 여천NCC에 대한 즉각적인 자금지원을 거부하면서 여천NCC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질타했다.
여천NCC의 디폴트를 조장한다는 비판 여론 속에 DL그룹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여전히 여천NCC에 대한 정확한 경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자금 지원을 미루고 있다. 여천NCC는 원료 대금 결제, 임금,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해 21일까지 360억 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하고 이달까지 1800억 원의 자금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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