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CJ CGV(079160) 등 대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마저 전량 미매각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국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L D&I(014790)한라는 지난달 총 50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앞서 올해 6월 회사채 발행을 통해 900억 원 상당을 유통했지만 이번에는 CP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HL D&I한라의 CP 신용등급은 A3+급으로 회사채 기준으로 BBB+급에 해당된다. HL D&I한라는 “올해 6월 회사채 발행에 흥행 한 이후 추가적인 자금 조달과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단기물인 CP를 발행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최근 한 달간 동부건설(005960)·두산건설 등이 CP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했다.
이처럼 건설 회사들이 단기물 발행에 눈을 돌리는 이유로 회사채 미매각 사태가 꼽힌다. 롯데건설은 1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주문이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따른 여파로 건설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하면서 수요예측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CP 발행으로 기업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사례로 롯데컬처웍스 역시 15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CP를 통해 조달했다. 롯데건설과 마찬가지로 CJ CGV가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부진하면서 단기물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 부진으로 일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은 CP 발행에 긍정적인 요소다. 여기에 회사채 금리를 역전했던 3개월물 CP 금리가 정상화되면서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달 8일 기준 3개월물 A1급 CP 금리는 2.70%로 AA-등급 3년물 회사채(2.887%)보다 낮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으로 단기 금리가 내리고 있는 추세”라며 “회사채 발행의 낮은 조달 금리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CP 발행의 이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