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젠은 과거 스코다의 도시였는데 이제는 두산(000150)의 도시가 돼가고 있습니다.”
25일 방문한 체코 프로축구 1부 리그 ‘FC 빅토리아 플젠’의 홈구장. 1만 2000명 규모의 전용 경기장에는 ‘Doosan Arena(두산아레나)’라는 이름이 선명히 박혀 있었다. 이날은 경기가 없었지만 선수들은 ‘Doosan’이 가슴에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빈다고 했다.
두산은 2005년부터 20년째 FC 빅토리아 플젠을 후원하고 있다. 두산스코다파워 인수 전부터 꾸준히 지역사회와 호흡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150년 전통의 국민 기업 스코다파워를 인수할 때 플젠에서 반발이 거의 없었던 데 힘이 됐다.
1911년 창단해 역사는 깊지만 줄곧 1·2부 리그를 오가며 하위권에 머물렀던 FC 빅토리아 플젠은 두산이 메인 스폰서가 돼 재정 상황이 나아지면서 리그 1·2위를 다투는 명문 구단으로 성장했다. 구단 관계자는 “2010년 전까지는 한 차례도 우승을 못 했지만 지금은 벌써 3차례 이상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도 두 차례나 진출했다”고 말했다.
두산스코다파워가 플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다. 두산스코다파워 플젠 공장에서 일하는 1000여 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단 4명뿐이다. 임영기 두산스코다파워 법인장(CEO)은 “대부분의 직원은 플젠 지역민인데, 협력사 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하면 플젠시 인구 18만 명 중 15% 수준인 약 2만 5000명이 ‘두산스코다파워 패밀리’”라고 설명했다.
두산도 플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지역 기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직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엔지니어는 인근 웨스트보헤미아대 공대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웨스트보헤미아대는 체코의 명문 공대로 잘 알려져 있다. 플젠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20여 명의 학생이 스코다파워 공장에서 기술을 연마 중이다. 법인세 납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두산스코다파워에 발전기 기술을 이전하고 관련 생산 시설을 갖춘다. 최소 2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공장 증설과 설비 투자에 따라 지역사회 고용 등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스코다파워 관계자는 “FC 빅토리아 플젠과 함께하는 유소년 스포츠 육성, 양로원·어린이집 지원 등 사회 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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