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11일 수련병원별로 시작되면서 작년 2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 상당수가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일선 수련병원마다 그동안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채용을 늘리면서 의료공백에 대응해 온 가운데 응급실 등 필수의료 최전선에서 진료 사정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비수도권, 필수진료과-비필수진료과 전공의 간 온도차가 일부 있어 쏠림 우려도 나오며,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은 11일까지 확정해 공지하는 채용공고 내 일정에 따라 자체적으로 29일까지 인턴과 레지던트를 선발한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병원별 신청을 받아 공고한 모집인원은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차 3207명, 레지던트 2~4년차) 7285명 등 총 1만3498명이다.
복지부는 지난 7일 수련협의체 3차 회의에서 확정한 복귀 조건에 따라 사직 전공의가 원래 근무하던 병원과 과목, 연차로 돌아오는 경우엔 병원 자율로 채용하도록 했다. 정원이 초과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사후정원을 인정해 받아주기로 했다. 입영대기 상태인 사직 전공의가 복귀하면 수련을 모두 마친 후 입대할 수 있게 최대한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전공의들 요구대로 수련 연속성 보장을 위한 조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에 더 이상의 투쟁은 무의미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 전공의 상당수가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진료 공백 해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한 교수는 “수술·병동 운영에서 전공의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PA 간호사와 교수·전임의 업무 부담이 줄어 환자 대면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도 “전공의가 복귀하면 수술 스케줄이 하루 평균 2~3건 늘고, 응급실 환자 전원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중환자실 병상 회전율이 높아져 위중한 환자를 제때 수용할 여건이 마련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역별, 과목별로 복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사직 전공의는 “지역 병원, 비필수 과목 전공의일수록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이라고 전했고, 서울 지역 한 병원장도 “소위 인기과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모두 2532명이며 이 중 67.4%인 1707명이 수도권 병원에 재직 중이다. 의정갈등 이전인 2023년 말 전체 전공의 중 수도권 근무자 비율이 64%였던데 비해 높아졌다.
또한 상반기 추가 모집을 통해 6월 수련을 재개한 전공의들은 필수과목보다 정형외과·영상의학과·성형외과 등 이른바 '인기과'에 몰렸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대비 6월에 전공의 숫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과목은 영상의학과(16.9%)였고, 정형외과(12.9%), 비뇨의학과(11.8%), 성형외과(10.5%)가 뒤를 이었다. 반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목의 전공의 증가율은 5%도 안 됐다. 한 수련병원장은 “이미 일반의로 취업해 수입을 올리는 경우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등 일부 인기과를 제외하면 복귀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 방침은 자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없어 모든 복귀 신청자를 수용해야 하는 분위기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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