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장 주도권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차량 생산을 넘어 승객 연결 플랫폼까지 본격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모빌리티 업계 강자인 우버와 리프트는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과 손잡으며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아마존의 로보택시 스타트업 죽스도 미국 정부의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을 허가받으며 공세를 강화한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면허·규제국’(TDLR)에서 승차호출(라이트헤일링) 사업 허가를 취득했다. TDLR에 따르면 테슬라 계열사 ‘테슬라 로보택시’는 ‘운송 네트워크 회사(TNC)’로 내년 8월 6일까지 운영할 수 있다. 다만 테슬라가 무인 자율주행차를 상업 운행하려면 주 차량국(DMV)의 허가를 획득해야 한다.
테슬라, 미국 텍사스주 로보택시 운영 위한 중대 관문 통과
테슬라와 우버나 리프트 등 승차공유 업체와의 경쟁이 변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유상으로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중대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우버는 올해 6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차량 생산을 넘어, 자율주행차와 승객을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까지 맡겠다는 구상이다.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 없이 주행하며 택시처럼 요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로보택시를 구매한 이용자도 차량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사람을 태워 요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테슬라와 차량 소유자 모두 수익을 창출하고 차량의 유휴 시간을 최소화해 자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8일 테슬라의 주가는 2.30% 상승했지만 우버와 리프트는 3.36%, 5.59% 하락했다.
성능 지속 개선…약 10배의 파라미터 FSD 훈련
테슬라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율주행 성능도 개선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는 약 10배의 파라미터(매개변수)와 영상 압축 손실을 크게 개선한 새 FSD(Self Driving) 모델을 훈련 중”이라며 “테스트가 잘 진행된다면 다음 달 말에 공개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 달 더 똑똑한 ‘자율주행 두뇌’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첨단 주행보조 기술 성능 평가에서 중국 BYD(비야디), 화웨이, 샤오펑(엑스펑) 등 경쟁사들을 넘어섰다는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관영 중국중앙TV(CCTV)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자동차 매체 디카(Dcar)가 최근 함께 진행한 고속도로 주행 테스트에서 테슬라는 전체 36개 모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머스크 CEO는 올해 말까지 미국 인구의 약 절반에게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로보택시 서비스가 초기 단계에서는 제한된 범위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수집된 데이터로 훈련된 신경망과 함께 카메라만을 이용하는 우리의 자율주행 접근 방식은 안전성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하며 수익성을 높이게 할 것”이라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과 애리조나, 플로리다의 여러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계속 잘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상용화 진행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이 "아직 규모가 작고, 기술적 데이터나 성과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파트너십 확대…우버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도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도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반격에 나섰다. 우버 앱으로 자율주행차를 호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앞으로도 대표 모빌리티 기업의 지위를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우버는 자율주행 기술 기업 구글 웨이모와 손잡고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애틀란타 지역에서의 웨이모 호출은 우버가 독점한다. 오스틴에서도 우버 앱을 통해 웨이모의 로보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우버는 웨이모를 포함해 현대차(005380), 바이두, BYD, 위라이드, 포니AI 등 20개 자율주행 기술 기업과 협업 중이다.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라 코즈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6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우버는 현실 세계의 AI 혁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전 세계 70개국의 실제 도로에서 수십억 건의 운행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버는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 및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로와 향후 6년간 2만 대 이상의 로보택시 도입을 위한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자율주행 차량 및 라이선스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우버는 로보택시 사업 확대를 위해 사모펀드 및 은행과 자금 조달 논의하고 있다.
우버는 자율주행 시장의 거대한 규모 때문에 테슬라와 협력과 경쟁이 공존할 수 있다고 봤다. 코즈로샤히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고,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며 “조 단위 달러 규모의 총 잠재 시장을 고려할 때 승자독식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인 리프트도 자율주행 서비스를 본격 도입한다. 중국 빅테크 바이두와 협력해 내년부터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양사는 몇 년 안에 유럽 전역에서 서비스 차량 수를 수천 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리프트는 현재 미국에서는 메이 모빌리티와 협력해 올해 하반기 애틀랜타에서 첫 자율주행차 운행을 계획 중이며, 인텔 자회사인 모빌아이 등과 함께 내년에 미국 내 본격적인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 죽스의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차, 본격 운행 예정
아마존 죽스의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차도 도로를 본격적으로 달린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이달 6일 죽스의 자율주행차에 대해 안전기준 면제를 승인했다. 죽스의 운전대와 액셀·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는 도로에서 본격적으로 시험운행을 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가 완전 자율주행에 맞는 새로운 차량 설계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죽스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본격 운영한다. 현재 ‘죽스 익스플로러’ 프로그램을 통해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로보택시 탑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죽스는 로보택시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오스틴,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확대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1위 기업 구글 웨이모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웨이모는 지난달 26일 공공도로에서 1억 마일(약 1억 6000㎞) 이상의 자율주행 주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10개 이상의 도시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아울러 내년에는 텍사스 달라스에서 자체 플랫폼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 총력
한국 기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이투지)는 일본 종합상사 가네마쯔 주식회사와 자율주행 기술 공동 사업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지금까지 국내 13개 지역에서 55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에서도 국가 단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라이드플럭스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운전석을 비운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는 것이다. 운전석에 안전요원 없이 최고 시속 50㎞까지 주행할 수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올해 5월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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