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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외국인의 서울 부동산 편법취득에 칼뺐다…왜[Pick코노미]

강남3구·용산 고가아파트 집중 매입





한국에 전자 부품 무역 업체를 세운 외국인 A 씨는 법인 자금을 조세 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다. 이 돈은 페이퍼컴퍼니에서 물품을 산 것처럼 꾸며 그 대금을 허위 지급하는 수법으로 국내로 들여와 서울 용산의 초고가 아파트와 토지 등을 사모으는 데 쓰였다. 이렇게 불법 축재한 재산으로 매입한 아파트는 현재 시가가 1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등록 수입 화장품 판매 업체를 운영하던 또 다른 외국인 B 씨는 지난 5년간 수십억 원의 현금 매출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수십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사들였다. 특이하게도 아파트 대금은 모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치렀다. 남은 돈은 수억 원 상당의 고급 수입차 구입 등 호화 사치 생활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 3구 등에서 고가 아파트를 편법 취득한 외국인 49명을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7일 밝혔다. ‘조사통’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달 취임한 뒤 주가조작 등 주식 불공정거래를 겨냥한 데 이어 이달에는 부동산 편법 취득까지 정조준한 것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번 조사를 임 청장의 첫 번째 ‘작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세청이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핀셋으로 집어 저인망식 조세 포탈 조사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월 이후 꼭 5년 만인데 당시 본청 조사국장이 임 청장이었기 때문이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7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아파트 취득 외국인 탈세자 세무조사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외국인 49명의 탈루 혐의 금액은 2000억~3000억 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수 외국인과 일명 검은 머리 외국인(한국계 외국인)의 비중은 6대4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등 12개 국적의 외국인 탈세 혐의자들은 230여 채의 국내 아파트를 취득·보유·양도하면서 편법 증여와 사업소득 탈루, 임대 소득 미신고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의 마수에 들어간 총 230여 채 중 70%는 강남 3구에 소재한 아파트들이었다. 현재 1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초고가 아파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형별로는 외국인이라는 신분을 악용해 국내 사업체에서 얻은 소득을 해외 소재 페이퍼 컴퍼니에 빼돌린 뒤 아파트 구매 자금으로 쓴 경우가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해외 은닉 자금을 다시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가상자산이나 불법 환치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또 해외 계좌 등을 통해 부모로부터 아파트 취득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회피한 경우가 16명, 외국계 법인의 국내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한남동과 강남 일대의 고가 아파트를 임대해 고액의 임대 수익을 올리고 제대로 임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13명 순이었다. 외국인은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외국인 등록 번호와 여권 번호를 혼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과세 감시망을 피하기 쉽다.



국세청은 금융 계좌 추적과 포렌식(문서 감정) 기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탈루 세금을 추징하고 해외 과세 당국과 협력해 외국인 탈세자들에 대한 추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명의 위장이나 차명 계좌 등 악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통보해 엄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드러난 탈루 혐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은 2022년 6142건, 1조 6356억 원에서 2024년 9121건, 3조 84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외국인은 국내에서 총 2만 6244채(거래 금액 7조 9730억 원)의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이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비중은 전체 건수의 62%, 전체 금액의 81%에 달했다. 서울(3402건, 2조 7005억 원)을 한정해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비중이 건수의 39.7%, 금액의 61.4%에 이른다. 값비싼 강남 3구의 아파트를 사고도 실제 거주하는 비율은 41%에 그쳐 단기 시세 차익 등을 노린 재테크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6·27 대출 규제 등의 사정권에서 비켜나 있는 일부 외국인들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교란하는 ‘왝더독’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왝더독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는 뜻으로 일부 외국인의 고가 아파트 매집이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끌어올려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날 발표에서도 “자국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외국인에게는 국내의 각종 대출 규제가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국내 부동산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에 국세청은 국토교통부 등 국내 유관기관은 물론 해외 과세 당국과 긴밀히 공조해 불법과 탈세를 일삼는 외국인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조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한 과세 제도 정비도 세제 당국에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민 국장은 “현재 외국인에게 국내 주택 보유와 관련해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반하는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미비한 부분을 검토해 관계기관에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7억 주택을 3억에 거짓 신고"…서울시, 부동산 거래 위법 1573건 적발
-서울시 과태료 63억원 부과
-세금탈루 등 3662건 국세청 통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시가 최근 1년간 부동산 거래 거짓·지연신고 등 위법 의심행위 1만 1578건을 조사해 위법행위 1573건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에게 부과한 과태료만 63억 원에 달한다. 기간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 총 956건을 적발해 26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올 상반기에는 617건을 확인해 37억여 원의 과태료를 통보했다.

위법행위는 ‘지연신고’가 1327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거래가 체결되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거래 정보를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다. 이어 ‘미신고·자료 미제출·거짓 제출(222건)’, ‘거래가격 거짓 신고(24건)’가 뒤를 이었다.

위법행위로 인한 과태료 부과 외에 특수관계인 간 편법 증여 의심 사례와 차입금 거래 등 양도세·증여세 탈루로 추정되는 3662건에 대해서도 국세청에 통보 조치를 완료했다. 주요 사례로는 가족 등 특수 관계인 매수인과 매도인의 부동산 거래, 법인 자금 유용, 자금조달 경위가 불분명한 탈세 혐의 건 등이다.

서울시는 ‘부동산 동향 분석시스템’ 기능을 고도화해 자료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상시 모니터링으로 이상 거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자치구와 서울시 간 자료 연계·공유 방식을 개선해 조사 효율성과 협업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불법행위 등에 대해 국토교통부, 자치구, 부동산원 등 관계기관과 합동점검을 확대 추진한다. 6·27 대출 규제 이후 거래 내역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의 사실 여부, 대출 규정 위반 여부, 토지거래허가 실거주 의무이행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이상 거래에 대한 조사와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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