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업계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선제적으로 진출했던 국내 업체들이 현지 고객사로부터 협력 러브콜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지난달 증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유럽 내 신규 배터리 고객사에 대한 2차전지용 동박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에 납품 물량을 확정해 수주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신규 고객사가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두고 있는 중국계 기업으로 추정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연내 총 4곳의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계약을 따낸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는 향후 신제품 개발 협업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이처럼 솔루스첨단소재가 올 하반기 들어 수주 확대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은 유럽 배터리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덕이다. 현재 유럽 내 유일한 전지박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딛고 회복세 초입에 놓인 점도 K배터리 소재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7월 독일 내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4만8614대로 전년 동월 대비 58% 증가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같은 기간 9%, 15%씩 늘었다. 올해 유럽연합(EU)에서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한 데다 축소됐던 각국 보조금 정책도 다시 강화되고 있어서다. 영국은 3만7000파운드(약 6842만 원) 이하 신형 전기차 구매 시 최대 10%를 지원하고 독일은 기업용 전기차 세제 우대 제도를 재개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9월 말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확정하면서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유럽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유럽 시장을 발판으로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양극재 강자인 벨기에 유미코어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신규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어 에코프로비엠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올 연말 헝가리 공장을 완공해 내년 1분기부터 연간 5만4000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신규 유럽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영업 활동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독일 뮌헨에 연락사무소를 최근 개설하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U-영국 간 무역협력협정(TCA)에 따라 2027년 이후에는 EU산 양극재 사용이 필수적”이라며 “중국산 배터리 소재에 대한 유럽 완성차·배터리 기업의 수요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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