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협력 파트너 발굴부터 수익성 불확실성까지 현실적인 장벽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 주도의 중개 플랫폼이나 정책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2의 ‘렉라자’를 만들기 위한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바이오협회와 올 하반기 기술이전 및 신약 개발 현황 등을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의 49.1%가 오픈이노베이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5.5%는 ‘현재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절반 이상이 외부 협업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협업 형태는 ‘지분 투자(36.4%)’였다. 단순한 공동 연구나 기술이전 계약보다 이해관계를 보다 명확히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유망한 바이오텍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뒤 공동 개발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종근당은 5월 앱클론과 공동 연구개발(R&D) 계약을 체결하고 122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지분 7.3%를 취득했다. 종근당은 앱클론의 혈액암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AT101’에 대한 국내 판매 우선권도 확보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자금 및 인력 확보(50.9%)’가 꼽혔다. 다음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21.8%)’도 중요한 동기로 지목됐다.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협업이 기술수출이나 해외 임상 진입을 위한 교두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픈이노베이션이 만능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데 있어 ‘협력 파트너 발굴의 어려움(54.5%)’이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혔고 ‘수익성 불확실성(27.3%)’도 여전히 장애물로 지적됐다. 파트너를 발굴하더라도 연구 목표, 개발 일정, 재무구조 등이 맞지 않아 실질적인 협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중개기관이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지 않아 유망 기술이나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창구가 부족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오픈이노베이션 매칭 플랫폼이나 인프라를 구축해 실질적인 연결이 일어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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