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치킨집이나 해야지”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치킨·피자·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업종이 올해 들어 급속도로 문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시절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던 업계가 소비 위축과 경쟁 심화, 원가 급등이라는 ‘3중고’에 휘청이고 있다.
5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패스트푸드점은 4만7632곳으로, 지난해 말보다 275곳(0.6%) 줄었다. 반기 단위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첫 감소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패스트푸드점은 그간 매년 증가세였다. 2017년 3만4370곳이었던 점포 수는 2020년 처음 4만개를 돌파했고, 지난해 말에는 4만7907곳까지 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소비 위축이 발목을 잡았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1.4% 줄었고, 2분기 반등(0.5%)도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소상공인 매출도 악화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 1곳당 평균 매출은 4179만원으로 전년 대비 0.72% 감소했고, 직전 분기보다는 12.9% 급락했다.
치킨 업종의 과열 경쟁은 폐업을 가속화했다. 자본력이 큰 BHC, BBQ, 교촌치킨 등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 브랜드가 빠르게 밀려났다. 교촌치킨은 올해 1분기 1359개 매장을 유지하며 단 3곳만 폐점했지만, 규모가 작은 브랜드들은 잇따라 문을 닫았다. 배달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피자 전문점도 상황이 비슷하다. 도미노피자(매출 2012억원·전년 대비 3.9% 감소), 한국피자헛(831억원·4.4% 감소), 미스터피자(141억원·21.2% 급감) 모두 매출이 줄었다. 냉동피자 시장이 급성장하며 매장을 잠식한 영향이 크다.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2019년 900억원에서 지난해 1635억원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창업 생존율도 낮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패스트푸드점의 3년 생존율은 46.8%로, 통신판매업(45.7%), 분식점(46.6%) 다음으로 낮았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업종은 한 마리 배달이 많은데, 배달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급격히 늘었던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폐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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