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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00조 퇴직연금시장, 국민연금도 뛰어든다 [시그널]

"현 운용체계 노후 도움 안돼"

퇴직연금 제도 개선 연구용역 발주

'연금 사회주의' 등 반발 극복 숙제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1일 열린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400조 원 규모의 기금형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방안에 시동을 걸었다. 수익률이 연 2%에 불과한 퇴직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인 6%까지 올리려는 목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간 역할 분담 관계의 유형화:기초·국민·퇴직연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연금제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결과는 올해 말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사 3면

국민연금은 용역을 통해 우리나라 노후 소득 보장 체계의 3대 축인 △국민연금 △퇴직연금 △기초연금의 각 역할과 기능을 정교하게 구분하고 한국의 현실에 맞는 연금 모델을 새롭게 제안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측은 용역 제안서에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보완 관계를 형성해야 함에도 양 제도가 분절적으로 발전하면서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제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단편적인 미세 조정보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간 유기적 역할 분담을 토대로 구조적인 조정에 초점을 둬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국회 내 연금 개혁 전담 특별위원회가 퇴직연금 기금화 등 종합 구조 개혁을 전제로 연금 개혁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은 사업장별로 분산된 퇴직연금을 기금으로 모아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문 운용사가 운용할 수 있게 한 퇴직연금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하라’는 국정감사 지적 사항에 대해 “공단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자 퇴직 급여 보장법 일부 개정안(한정애 의원 대표 발의)이 발의 돼 있다”며 “국회의 법안 논의 결과에 따라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처리 요구 사항 결과 보고서를 통해 서면 답변한 바 있다.

다만 일부 가입자와 운용 업계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국민연금이 퇴직연금까지 맡게 되면 현재 1050조 원 안팎인 국민연금은 1500조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기금이 된다.

10년째 잠자는 퇴직연금…"국민연금 '메기'로 수익률 상승 기대"


기금형으로 키워 투자기회 선점

'안정성 우선' 가입자 여전히 많아

국민연금 가세해도 활성화 미지수

퇴직연금은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3층 연금 구조인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사이를 떠받치는 허리 역할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 안팎으로 평균 6%인 국민연금은 둘째치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수익률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의 규모를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20년 가까이 나온 이유다. 특히 전 세계 연기금 규모 3위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이 키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24 퇴직연금 투자백서를 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31%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6.56%)이나 사학연금(5.7%)보다 뒤떨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말 대비 49조 3000억 원(12.9%) 증가한 431조 7000억 원으로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400조 원을 돌파했다.



예금 등 원금보장형에 82% 묶여…10여년간 2%대 수익구조 고착화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것은 대부분의 자금이 저수익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전체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형이 82.6%(356조 5000억 원)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실적배당형 상품은 17.4%(75조 2000억 원)에 불과했다. 원리금보장형은 예·적금과 보험, 국채, 대기성 자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실적배당형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회사채 등 손실 가능성이 있는 대신 수익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

지난해 기준 원리금보장형의 연간 수익률은 3.67%, 실적배당형은 9.96%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 지나치게 많은 퇴직연금 자금이 묶여 있는 셈이다. 원리금보장형의 비중은 확정급여(DB)형에서 93.2%, 확정기여(DC)형에서 76.7%,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66.5%로, 특히 DB형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금형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이러한 기금의 규모를 키워서 좋은 투자 기회와 분산 투자를 늘리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기금형으로 키우면 투자기회 선점 가능




특히 국민연금은 전 세계 주요 기관투자가의 지위로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고 그 결과 지난해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한 이점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 외에도 고용노동부 산하에 퇴직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신규 조직을 구축하려면 인력이나 인프라, 운영 예산이 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 밖에 민간 금융기관이 컨소시엄 형태로 퇴직연금을 굴리는 대안도 거론된다.

일례로 국내 유일의 공적기금형 퇴직연금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은 지난해 적립금 1조 원을 넘겼고 연평균 수익률은 7%대를 기록했다. 푸른씨앗은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연금기금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의 시범 사업 격이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가 아닌 선택인 상황에서 가입자들의 참여가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의 수익률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젊은 세대 가입자를 중심으로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지는 추세라 굳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퇴직연금 연 평균 수익률은 △2021년 2% △2022년 0.02%에 불과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2023년 5.26% △2024년 4.77%로 올랐다. 지난해 고수익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금액은 75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3% 증가했다. 실적배당형 비중 추이는 2022년 11.3%에서 2023년 12.8%, 2024년 17.5%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퇴직연금 가입자 중 투자 지식을 갖고 스스로 운용한 개인투자자들에게 국민연금이 제시한 6%의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일 수 있다. 지난해 스스로 운용 전략을 선택한 퇴직연금 투자자 10명 중 1명 이상이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인 6%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절반 이상(60.6%)의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2~4%대에 머물렀지만 △6~10% 5.2% △10~20% 6.1% △20% 이상 2.7% 등 고수익을 올린 이들도 있었다.

반대로 은퇴를 앞두고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연금 가입자들은 현행 저수익 저리스크를 선호할 수도 있다. 2022년 증시 급락 당시 국민연금은 -8%대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퇴직연금은 원금을 지켜낸 바 있다. 특히 퇴직연금을 관할하는 고용부는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어서 보건복지부와의 조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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