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타결된 한미 통상협상과 관련해 “이제 시작”이라며 향후 있을 세부 협상에서 현지 투자와 관련한 실질 문제를 해소하고 안보 이슈에 대한 추가 논의를 대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양국 협상 타결의 핵심 지렛대 역할을 한 조선 협력을 방위산업 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화하는 한미 경제동맹: 관세를 넘어 기술 및 산업협력으로’ 좌담회를 열고 이번 협상 결과에 따른 영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촉박한 시간 속에서 우리 협상단의 창의적인 노력으로 주요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에서 협상이 마무리됐다”며 “관세를 넘어 한미 간 협력이 기술과 산업 협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통상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의 합의를 통해 지속되던 불확실성을 해소해 일정 부분 시장 불안을 잠재운 것이 성과”라 평가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던 유명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세부 협상에서 미국과의 상생협력 구조를 만들면서 우리 기업의 실질적 이슈를 해소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고관세와 보호무역주의가 ‘뉴노멀’이 된 교역환경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다변화 전략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며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로 국내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전 무역위원장)은 “실질적인 협상은 이제 시작 단계로 핵심사안의 해석과 이행 과정에서 우리 측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제네바무역대표부 대사)은 “향후 정상회담 및 문서화 과정을 통해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 안보 분야에 대한 추가 논의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전략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통상 협상에 따른 양국 조선 협력을 계기로 방산·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계획 중이며 이 가운데 약 40%는 조선”이라며 “미국 조선 산업의 재건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으며 방산 협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의장은 “한미 간 15% 관세 합의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전략적 통합의 지렛대”라며 “동맹 간 산업 협력을 통해 기술 경쟁력, 공급망 복원력,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맹을 방위 산업 파트너십으로 확장해 미사일 방어, 자율무기, 정밀탄약 등 분야에서 공동개발 및 공동생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TSMC와 협력해 생산 기반을 강화했던 것처럼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희토류 확보, 설계, 생산, 패키징 등 전 주기 생태계를 공동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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