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먼저 확보한 뒤 신약개발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들의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다 건강기능식품·화장품 등 단기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진출하는 기존 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이들은 비바이오 사업에서 연구개발(R&D) 재원을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마련한 뒤 신약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벡(138610)은 최근 골재생 바이오 소재 ‘OCS-B 콜라겐’의 중국 내 임상시험을 마치고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항암제·근감소증 치료제·비만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의 99%는 치과용 골이식재에서 발생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 등으로도 수출하고 있다. 치과용 소재 사업을 탄탄히 해 캐시카우를 다져놓은 뒤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나이벡은 올 5월 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NP-201’을 미국 바이오 기업에 6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해 경쟁력을 입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치과용 골이식재에서 발생한 매출을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며 "현재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까지 확장하는 등 캐시카우를 점차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투케이바이오(420570)도 화장품 원료를 주로 개발하다 최근 신약 개발로 영역을 확장했다. 화장품 원료 개발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아토피 치료제 ‘APK200608’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은 진입 장벽이 높지만 장기적인 시장성과 신뢰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다년간 화장품 원료를 연구·개발해오면서 축적해온 피부 장벽 개선·항염·피부 마이크로바이옴 등 노하우가 아토피치료제 개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투케이바이오는 초기 탐색 연구부터 임상 설계 및 수행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자체 임상시험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먼저 확보하고 신약개발에 나서는 두 회사의 행보는 기존 바이오 기업들의 개발 전략과 차별화된다. 통상 바이오 업체들은 신약개발에 먼저 뛰어든 후 자금난에 빠지면 단기 매출을 내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 속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가뭄에 단비' 같은 사례"라며 "두 기업 사례가 바이오 산업군에서는 일반화될 순 없지만 바이오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지속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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