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3000만 대를 달성했다. 미국에 진출한 지 약 39년 만으로,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000270)는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3010만 7257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1755만 2003대, 기아가 1255만 5254대를 팔았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최대 라이벌인 일본 도요타와 혼다보다 더 빠른 성장이다. 도요타는 1958년, 혼다는 1970년 현지에 진출해 각각 54년, 47년 만에 누적 판매 3000만 대를 넘겼다. 현지 브랜드가 아닌 완성차 기업 중 미국 내 판매량이 3000만 대를 넘어선 것은 현대차그룹이 세 번째다.
현대차는 1986년 1월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세단 엑셀을 수출하면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기아는 1992년 미국 판매법인을 세우고 1994년 2월 첫 독자 모델인 세단 세피아와 SUV 스포티지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100만 대를 처음으로 돌파한 것은 1990년이다. 2004년에는 500만 대를 넘어섰으며 2011년에는 누적 1000만 대 고지에 올랐다. 이후 매년 120만∼140만여 대를 판매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170만 8293대를 판매했다. 첫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하는 데는 25년이 걸렸지만 이후 1000만 대를 판매하는 데는 7년에 불과한 시간만 소요된 셈이다.
이런 고성장세의 배경에는 현대차·기아가 조기에 미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덕이 크다. 현대차는 2005년에는 앨라배마주에, 기아는 2010년 조지아주에 첫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현대차그룹 기준 세 번째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해 현지에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후에도 현대차·기아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생산 전략을 유연하게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친환경차와 SUV, 제네시스 브랜드를 필두로 현지 점유율을 집중적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는 선에서 손익을 최대한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