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31일 ‘상호관세 15% 부과’라는 큰 틀의 합의로 무역 협상의 중대 고비를 넘긴 가운데 일부 세부 내용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후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 제품들에 대해 역사적 시장 접근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해 “이익의 90%가 미국 정부로 와서 우리의 부채 상환을 돕고, 대통령이 선택한 사안들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 측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농축산물에) 검역 절차 단계를 줄이는 등 기술적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쌀과 소고기 등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할 일은 없다”며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미 투자에 대해 “미국이 모든 투자처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정치적 표현일 뿐”이라며 “결국 투자펀드 조성은 보증 한도를 3500억 달러로 설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이견 표명에 대해 국내 일부에서는 “지지층 관리를 위한 정치적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중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다른 경제·안보 이슈와 함께 쌀·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투자·비관세장벽·환율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의약품 품목관세,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도 양국 간 현안으로 남아 있다.
우리 정부는 동맹의 균열이 없도록 하면서 국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무역 쟁점의 디테일을 둘러싼 이견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 양국 정상 간 신뢰를 기반으로 경제·기술·안보 등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큰 관심을 갖는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이행과 대미 투자에 따른 미국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격상시켜 양국이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