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당 대표로 4선의 정청래 의원이 선출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당 대표가 된 정 신임 대표는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이끄는 등 1년의 임기 동안 168석의 거대 여당을 이끌게 됐다.
정 대표는 2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임시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에서 진행된 대의원 현장 투표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여론조사 결과 등을 합산한 결과 득표율 61.74%로 38.26%를 얻는 데 그친 박찬대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정 대표는 전체 투표 결과의 55%를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 국민 여론조사에서 60.46%를 얻으면서 박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박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53.09%로 앞섰지만 전체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 투표 15%, 권리당원 투표 55%, 국민 여론조사 30%가 각각 반영됐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 후보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높은 대중 인지도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은 정 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사퇴로 공석이 된 당 최고위원 자리는 단일 후보로 출마한 황명선 후보가 차지했다.
정 대표는 당선 소감 발표를 통해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원팀’으로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게 당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겠다”며 “국정기획위에서 만든 로드맵대로 당에서 국회에서 할 일은 제대로, 제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며 검찰개혁을 비롯한 개혁 과제 완수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넘어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며 “전당대회가 끝나는 즉시, 지금 바로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언론개혁TF, 사법개혁TF를 가동하겠다”며 “추석 전에 3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당원주권정당의 강화를 위해 당대표가 지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평당원 중에서 뽑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대표는 “항상 평당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전 당원 투표 상설화를 약속했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승리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며 “승리를 위한 열쇠는 더 공정한 경선을 보장하는 일이다. 억울한 컷오프로 눈물 흘리는 후보가 없도록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투표에 앞선 정견발표에서 “싸움은 제가 할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며 이재명 정부의 ‘개혁 파트너’를 자처했다. 그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개혁”이라며 검찰개혁을 비롯한 각종 개혁 과제 완수를 제1 공약으로 앞세웠다. 정 후보는 “검찰개혁·언론개혁·사법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며 “추석 귀향길 자동차 라디오 뉴스에서 검찰청이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반드시 들려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이어 “3개월 안에 개혁 입법을 끝내고 그 개혁 고속도로에 이재명 정부의 자동차가 민생을 싣고 신바람나게 쌩쌩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란 정당’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내란세력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내란 우두머리이자 피의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동조자를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회 의결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위헌정당 해산을 위한 심판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경쟁자였던 박찬대 후보에 대해서는 “끝까지 아름다운 경선, 멋진 승부를 펼쳐준 저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라며 “박찬대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박찬대 후보의 좋은 공약은 제가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전국에서 당원과 취재진 등 약 1만 5000명(주최 측 추산)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영상축사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거침없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부터 거제로 휴가를 떠나 전당대회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 김병욱 정무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참석해 민주당 새 지도부의 탄생을 지켜봤다.
전당대회에는 김병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이학영 국회의장과 김동연 경기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성환 환경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야당에서도 정점식 국민의힘 사무총장,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이 현장을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정 대표의 임기는 전임인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1년이다. 정 대표는 내년 6월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공천권을 쥐고 지휘하게 된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이후 새로 치러지는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도 연임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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