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슬라가 삼성전자(005930)와 23조 원에 육박하는 차량용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회장과 화상 통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했다.
머스크 CEO는 29일(현지 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한 이용자가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향후 반도체 생산 계획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해당 이용자가 “삼성은 그들이 무슨 계약에 서명했는지 전혀 모른다”고 지적하자 머스크 CEO는 “안다”고 반박했다. 머스크 CEO는 “나는 실제 협력 관계(파트너십)가 어떤 것일지 논의하기 위해 삼성전자 회장, 고위 경영진과 화상 통화를 했다”며 “훌륭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양사의 강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는 이후 또 다른 엑스 이용자가 “삼성전자는 칩 제조 기술에서 TSMC보다 뒤처졌다”며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AI6 칩에 적용되는 새로운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술을 실현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삼성전자가 못하면 AI6도 TSMC와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데 대해서도 수긍하지 않았다. 머스크 CEO는 “TSMC와 삼성전자 둘 다 훌륭한 회사들”이라며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영광”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이달 24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글로벌 대기업과 총 22조 7648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공급 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 8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으로 가장 큰 계약이기도 하다.
머스크 CEO는 공시 직후 자신의 엑스에 글을 올리고 “삼성전자의 텍사스 신규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인공지능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계약자가 자신의 회사임을 공언했다. 테슬라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AI4, TSMC를 통해 생산하는 AI5를 거쳐 오는 2027년부터는 AI6칩을 테슬라 차량에 탑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매 분기 수조 원씩 적자 행진을 이어오던 파운드리 부문에 활로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움직임과 맞물려 내년부터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인공지능(AI) 칩 형태로 생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편 이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29일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출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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