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100만명 넘게 우리나라를 찾았던 외국인 환자들이 의료서비스에 소비한 돈이 적어도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사용액만을 기준으로 할 때 적어도 1인당 약 150만원 이상 쓴 셈이며, 그 외 숙박비·식비 등 의료 관광으로 소비한 것까지 합하면 1인당 641만원을 지출했다. 동반자까지 포함하면 의료관공광 총 지출액은 7조503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8일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통계분석’ 보고서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실환자(중복 내원 횟수 제외)는 전년대비 93.2% 급증한 117만467명이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을 시작한 2009년 이후 한국을 찾은 누적 환자 수는 505만명에 이른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장은 “하반기에 큰 변수가 있지 않은 한 올해는 외국인 환자가 130만~140만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외국인 환자들이 의료서비스에 지출한 금액은 신용카드 사용 기준 1조4052억원, 1인당 평균 152만원가량이다. 중국의 간편결제 수단인 알리페이·위챗페이나 유니온페이, 현금결제를 통한 지출 규모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이를 포함할 경우 실제 지출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 본부장은 “카드 결제액은 신용카드사의 실제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며 “지난해 중국 환자만 26만여명이 한국을 찾은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이 많이 쓰는 알리페이나 유니온페이, 현금 결제액까지 포함한다면 수 천 억원은 더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업종별로 카드 결제액을 분류했을 때는 피부과(5855억원), 성형외과(3594억원)이 1, 2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많이 소비한 분야는 의료서비스가 아닌 백화점(2788억원), 면세점(1884억원), 일반음식점(1833억원) 순이었다.
진흥원 측은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를 많이 찾은 이유 중 하나로 부가가치세 환급 혜택을 꼽는다. 작년 미용·성형 분야의 의료서비스 부가가치세 환급은 모두 101만건, 955억원에 이른다. 한 본부장은 “부가세 환급은 외국인 환자들에게 큰 혜택으로 작용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환급된다면 환자 만족도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외국인 환자 1인당 의료 관광 평균 지출액은 약 641만원이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117만여명과 그 동반자가 국내에서 쓴 의료 관광 지출액은 총 7조5039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국내에서 유발된 생산은 국내 생산 13조8569억원, 부가 가치 6조2078억원이 유발됐고, 이는 중형 승용차 19만2000대, 스마트폰 597만대를 생산하는 수준의 효과에 해당한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적별로 가장 많이 한국을 찾은 환자는 일본인으로 약 44만1000명이었다. 역대 최다다. 그 다음으로 중국(26만명), 미국(10만1000명), 대만(8만3000명), 태국(3만8000명) 순으로 많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러시아 환자로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직항편이 끊겼는데도 증가세가 이어져 2021년 6412명에서 지난해 1만662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외국인 환자가 많이 진료받은 과목은 피부과(56.6%), 성형외과(11.4%), 내과(10.0%)가 상위권을 형성했다. 한 본부장은 “강남에서는 피부과 병원 한 곳이 환자를 1만명 넘게 유치한 곳도 있다”며 “주로 레이저, 보톡스, 필러 등의 시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0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과 제주 환자는 각각 3만명, 2만명으로 적었지만 전년대비 증가율은 133.6%, 221.0%에 이르렀다.
한편 병원 종별로는 의원급이 82%를 점유했다. 종합병원(6.0%), 상급종합병원(5.1%)이 뒤를 이었다. 다만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년 전보다 각각 14.4%, 7.6% 줄었다.
한 본부장은 “외국인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어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유치할 유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의 환자 감소에 의정 갈등 사태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수술 같은 경우 한국 입국 전에 가능 여부를 조율하고 확정된 경우 이동하는데, 작년에 의정 갈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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