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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기약 없는 인사에 동력 잃는 국책은행

금융부 김우보 기자


한 국책은행 노동조합위원장이 얼마 전 예정에 없던 행장 면담을 다급히 요청했다. 행장은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위원장은 행장을 만나 퇴임 전 부행장 인사를 서둘러 마무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신임 행장이 언제 임명될지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행장 인사권을 쥔 행장이 공석이 되면 임원은 물론 부장급 이하 인사까지 줄줄이 미뤄질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우려였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어차피 기관장이 바뀔 테니 인사 전까지는 굳이 나서서 일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인사가 늦어질수록 조직 내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노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국책은행들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부행장급 인사는 손대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고위급 인사를 자제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기조에 맞는 기관장이 임명될 때까지는 고위급 인사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이례적인 주문에 국책은행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입맛에 맞는 행장을 고르느라 기관장 인사가 지연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실무자 인사까지 막히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를 두고 금융 업계에서는 ‘직권남용’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통령이나 주무 부처 장관이 직접 임명권을 갖는 국책은행 임원은 행장과 이사 네댓 명에 불과하다. 그밖에 대부분의 부행장은 행장이 임명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인사가 늦춰질수록 일선 현장의 업무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언제 떠날지도 모를 상사가 자리한 부서의 업무 기강은 잡히지 않고 굵직한 사업 추진 계획은 뒤로 미루는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 주무 부처는 알박기 인사를 방관한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으니 아예 크고 작은 인사를 ‘올스톱’시켜가며 알아서 엎드린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첨단산업 육성과 벤처기업 지원 등 국책은행의 역할론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새 정부 눈치 보느라 정작 ‘생산적 금융’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국책은행의 동력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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