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주리주와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보잉 방산 분야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새 근로조건안을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했다고 밝혔다. 보잉은 4년간 임금을 20% 인상하고 초과근무 수당과 근무 일정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노조 측은 성명을 통해 “사측의 제안은 숙련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과 희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근로계약은 27일 오후 11시 59분(미 중부 시각 기준)에 만료된다. 다만 실제 파업에 돌입하기 전 7일의 ‘냉각 기간’이 적용되며 이후 8월 4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노사 간 추가 협상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보잉은 2년 연속 파업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시애틀 공장에서 발생한 2개월간의 파업으로 상업용 항공기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파업은 상업용 항공기 생산라인을 마비시켰다”면서 “올해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방산 부문은 2022년 이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보잉 방산 부문에서는 F-15 전투기, F/A-18 전투기, T-7A 훈련기, MQ-25 드론 급유기 등 여러 항공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F-22를 대체할 6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F-47도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 노사 갈등은 보잉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수혜 속에 글로벌 수주를 확대하는 국면에서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잉은 잇따른 여객기 사고로 회사 신뢰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주요 교역국이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완화하기 위해 항공기 구매에 나서면서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실제 일본이 보잉 항공기 100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영국도 100억 달러 규모의 보잉 항공기를 들여올 계획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FRA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매슈 밀러는 “많은 국가들이 관세 압박을 피하거나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보잉을 선택하고 있다”며 “보잉은 점점 더 미국의 수출 수단으로서 기본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수주 회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파업 위기에 직면하면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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