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가 미국 테슬라로부터 23조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일감을 따냈다. 2017년 사업부 출범 이후 최대 수주로 수조 원대 적자 탈출의 발판을 확보하는 한편 다른 빅테크의 러브콜이 잇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기사 3면
삼성전자는 28일 글로벌 대형 기업과 총 22조 7648억 원의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총매출의 7.6%에 해당하며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 규모다. 계약 기간은 2033년 12월 31일까지다.
삼성전자는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계약 상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공시 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삼성의 새 대규모 텍사스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을 전담한다”며 “165억 달러는 최소액이고 실제는 몇 배 더 될 것”이라고 전해 발주처가 드러났다. 머스크 CEO의 발표 내용을 볼 때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될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최첨단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4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9% 급감해 다시 한번 ‘위기론’이 불거졌다. 생산성·수율 부진으로 파운드리가 수조 원대 적자를 이어가며 전사 실적의 발목을 잡은 탓이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고질적 수주난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빅테크가 삼성의 2나노 공정 기술력과 생산성에 신뢰를 보낸 만큼 다른 빅테크의 주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최근 대법원의 무죄판결로 사법 족쇄를 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이번 수주에 막중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달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에 참석해 업계 빅샷들을 또 만난다. 재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실적 회복은 고객사 확보에 달렸다”며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이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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