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우레아노 고메스 당시 대통령은 콜롬비아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했고 그렇게 5062명의 콜롬비아 용사가 6·25전쟁에 참전하게 됐습니다.”
6·25전쟁 종전일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이 콜롬비아에도 특별한 날인 이유다.
25일 서울 종로구 콜롬비아대사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알레한드로 펠라에스 로드리게스 주한 콜롬비아대사는 “콜롬비아의 6·25전쟁 참전 사실을 아는 콜롬비아인들은 특히 한국의 용산 전쟁기념관이나 부산 유엔군 묘지를 방문해 큰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고 전했다. 콜롬비아는 당시 유엔군에 합류해 6·25전쟁에 참전한 중남미 유일의 국가다. 오늘날까지도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 군 장교를 파견해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 이행에 기여하고 있다.
콜롬비아 참전 군인 5062명 중 214명이 전사 또는 실종됐고 610명은 부상을 입었다. 콜롬비아로 생환한 군인들 중 가장 젊은 이들이 90세 전후인 탓에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콜롬비아에서도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대한민국 국가보훈부와 함께 이들의 경험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또 보훈부와 함께 6·25전쟁 참전 군인들뿐 아니라 콜롬비아의 전·현역 군인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재활센터를 수도 보고타에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혈맹 관계인 양국 간에 앞으로도 경제협력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나의 세대와 달리 콜롬비아 젊은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품고 있다”며 “모든 콜롬비아 가정에서 한국 기업의 스마트폰·자동차·가전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5000만 명 규모의 내수 시장에 그치지 않고 중남미 시장 ,더 나아가 북미 시장까지 공략할 전략적 거점으로도 눈여겨보라는 제안이다. 그는 “2016년 한국·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데다 콜롬비아의 저렴한 제조 비용도 강점”이라며 “콜롬비아의 에너지 섹터와 화장품·식품·의약품용 원료 시장도 한국 기업에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콜롬비아는 서반구 최대의 팜오일 생산국이자 세계 2위의 꽃 생산국이다. 커피·과일류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천연 추출물을 개발하는 콜롬비아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과 손잡길 희망하고 있다”며 “최고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과 협업하면 콜롬비아 기업들은 해외에서 빠르게 인증을 받을 수 있고 한국 기업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10억 명 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겨냥한 철강·가전 수출 기지로서의 잠재력도 크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최근 4년 사이 콜롬비아의 대미 전자제품 수출은 2억 달러(약 2740억 원)에서 7억 달러(약 9590억 원)로 3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중·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관세 문제 때문에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콜롬비아를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FTA 덕분에 지난해 콜롬비아의 대한 수출액은 11억 8000만 달러(약 1조 6177억 원)로 전년 대비 43%나 급증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5년 내로 충분히 20억 달러 돌파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아직까지는 전통적 수출 품목인 석탄·커피·생화가 대한 수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공 사례가 잇따라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으로 오메가3를 수출하는 한 콜롬비아 기업은 2023~2024년 사이 수출이 2배로 늘었고 한국으로의 반려동물 사료, 콜드브루 및 스페셜티 커피 수출도 증가 추세”라고 소개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향후 대한 수출이 기대되는 품목으로 돼지고기, 아보카도 오일, 아사이(아마존 정글에서 나는 야자수 열매) 등을 꼽았다.
콜롬비아는 ‘한강의 기적’을 본뜬 ‘마그달레나강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들이 한강의 기적에 대해 물을 때마다 로드리게스 대사의 답은 같다. “‘기적’이 아닌 전 국민이 같은 목표를 위해 피땀 흘려 얻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한국 기업인들의 글로벌한 사고와 ‘빨리빨리’ 정신이 매우 큰 차이를 만들었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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