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가한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여전히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 시간) 국내 한 통신사와의 질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소통하는 데 여전히 개방적”이라고 답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열고 비핵화에 관한 사상 첫 정상급 합의를 달성했으며 여전히 이러한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과 2019년 2월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에서 잇따라 북미 정상회담을 연 바 있다.
전날 미 재무부는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를 베트남에 파견한 ‘소백수무역회사’와 불법적 자금 조달 활동에 관여한 김세운·명철민·조경훈 등 북한인 3명을 새로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미 법무부도 불법적인 담배 거래 등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자금 조달에 관여한 심현섭과 공범 6명을 기소했다. 백악관은 이러한 경제 제재와는 별개로 여전히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대화 의지에 대한 북한의 판단은 알기 어렵다. 다만 미 정부를 향한 비난의 수위 등을 감안하면 대화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북한 노동신문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을 기념하는 ‘전승절’인 27일을 맞아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재차 드러냈다. 전승절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제를 이긴 우리 인민의 위대한 명절’이며 ‘원자탄을 휘두르는 제국주의 강적도 능히 이길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지난 조국해방전쟁이 새겨준 진리’라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은 6·25전쟁에서 미국에 맞서 이겼다고 주장해왔다. 1973년에는 정전협정 체결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한 데 이어 1996년부터는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격상해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6·25전쟁과 관련해 미국이나 한국 정상을 특정하는 비난은 삼가고 있다. 미국도, 한국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달 24일 6·25전쟁 당시 미군의 만행을 전시한 신천계급교양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최강의 자위력을 키워야 한다”고만 언급했을 뿐 한미를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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