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종이 수출액이 4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발한 관세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종이(HS 48 기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감소한 13억 1147만 달러로 코로나19의 기세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12억 9963만 달러)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거뒀다. 제지업계는 △2022년 15억 487만 달러 △2023년 14억 1971만 달러 △2024년 14억 1857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중국·베트남 등 3대 수출국 가운데 미국향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3억 170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억 4263만 달러와 비교해 7.5%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중국향 수출은 1억 6329만 달러에서 1억 7082만 달러로 4.6%, 베트남향 수출의 경우 1억 3240만 달러에서 1만 3295만 달러로 0.4% 각각 증가했다.
업계는 수출량 감소의 주된 원인을 세계 경기침체에서 찾고 있다. 한솔제지(213500)와 무림페이퍼(009200), 깨끗한나라(004540) 등 국내 주요 제지업체들의 주력 수출 제품은 화장품과 약 상자 등에 쓰는 산업용지(백판지)와 종이 영수증·택배 송장·영화관 티켓으로 활용되는 감열지 등이다. 관세장벽이 높아져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고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면 우리나라 제지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제지업체들은 그동안 펄프값 상승, 해상 운송 비용 증가 등을 ‘강달러’로 받는 수출 대금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제지사가 최근 미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을 5~10% 정도 올렸다”며 “경쟁자가 있는데도 가격을 올렸다는 의미는 현재로선 실적 악화를 타개할 이렇다 할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돌파구는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수출국 다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한솔제지가 감열지 수출가를 올릴 수 있는 것은 기술력 덕분"이라며 “미국향 수출 감소에 휘청이지 않기 위해서는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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