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대부업을 하면서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에게 협박과 고리대금으로 폭리를 챙긴 것도 모자라 법정에서 반성조차 하지 않은 불법 대부업자가 법원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강건우 부장판사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2월부터 7년 5개월여간 채무자들에게 211회에 걸쳐 총 47억여원을 빌려준 뒤 약정 이자율을 초과한 133%의 이자를 챙기는 방법으로 9억40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에게 위해를 가할 듯 협박하거나 채무자 몰래 차용증을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채무자들이 정해진 기간 내에 돈을 갚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으며, 여성 채무자에게는 이자 감면을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투자한 것뿐 돈을 빌려준 게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익금 지급이나 투자금 원금 반환에 관한 약정이 기재된 서면조차 없는 점 등을 들어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채무자에게 자신과 성관계를 하면 이자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아무렇지 않게 한 것만 봐도 법질서를 벗어난 고리대금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채무자들을 압박해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못하도록 했고 피고인의 행태에 대해 주변인들은 '지가 검사, 판사 노릇 다한다'는 취지로 평가했다"며 "피고인이 얼마나 방약무인하고 오만방자한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형이 동종·유사사례의 일반적인 수준에 그친다면 법질서를 업신여기는 자들의 망동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불법 사금융이 횡행하는 현실에 대한 경고를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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