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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5일 만에 퇴원…스쿼트에 골프 라운딩까지” 서울대병원 로봇 간이식 새 지평[메디컬 인사이드]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2021년 세계 최초 수혜자 로봇 간이식 성공

프로토콜 정립…환자 퇴원 시간 절반으로

문합 빨라 복강경보다 수술 시간 크게 줄어

기증자는 여전히 장비 다양한 복강경 추천

"보험 확대되고 사용 가능한 로봇 늘려야"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가 간이식 수혜자 오 모씨에게 로봇 간이식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48세 A씨는 만성 B형 간염을 앓던 중 지난해 간암을 진단받고 간이식을 결정했다. 기증자는 대학생인 딸이었다.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은 3월 기증자에게는 복강경 수술을, 수혜자인 A씨에게는 로봇 간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두 사람 모두 수술 5일 만에 퇴원하며 기존 간이식 수술에 비해 획기적으로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다. 수술 100일이 지난 지금 A씨는 골프 라운딩에서 기존 드라이버 비거리의 90%를 회복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살아있는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은 과거 복잡하고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로 여겨졌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로봇 간이식 수술을 통해 평균 2주가 걸리던 수혜자 퇴원 기간을 5일로 단축해 이런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간 문합(혈관이나 장기 등을 이어 붙이는 수술) 속도를 높여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회복 속도는 높인 덕분이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로봇 수혜자 수술 초창기에는 일반 수술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기술적인 프로토콜이 완전히 정립돼 수술 시간이 개복 수술과 비슷해졌다”며 “퇴원 시간도 올해 4~6월 로봇으로 진행한 간이식 수술 수혜자 모두가 빠르면 5일, 늦어도 6일 만에 이뤄지는 등 환자 회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수술팀은 2021년 세계 최초로 간 이식 수혜자 로봇 수술에 성공한 팀으로 현재 국내에서 수혜자에게 로봇 간이식을 시행하는 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가 로봇 간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이 로봇 간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간이식 수혜자 수술은 개복, 복강경, 로봇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개복 수술은 수술 시간이 8시간으로 짧지만 수술 부위가 넓어 회복이 더딜 수 있다. 복강경은 절개 부위가 작아 회복이 빠르지만 수술 시간이 길다. 로봇 수술의 큰 강점은 일반 복강경 수술 대비 정밀하고 빠른 문합이 가능해 수술 시간을 개복 수술만큼 줄이고 절개 부위는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증자의 간을 이식한 후 기존 간의 혈관과 담관을 연결하는 과정이 지연되면 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로봇 수술은 손목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관절 덕분에 더 빠르고 정밀하게 봉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로봇 수술의 경우 도입 초기에는 수술 시간이 16시간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전체 수술시간을 9시간 정도 단축해서 개복 수술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수혜자의 복부 절개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개복 수술은 ‘J자형’ 혹은 ‘ㅗ자형’으로 복부를 절개해 커다란 흉터가 남고 수술 이후에도 회복을 위해 오랜 기간 복대를 착용해야 했다. 반면 로봇 수술은 팬티 라인 아래로 절개가 이뤄져 흉터는 물론 근육 손상이 거의 없다. 수술 직후에도 스쿼트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빠른 이유다. 이 교수는 “로봇 수술을 받은 한 환자가 일주일 후 스쿼트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해 수술팀도 놀랐다"며 “수술 5일째를 맞아 퇴원을 준비하던 환자에게 가능한 지 물으니 바로 해냈고 간 이식 관련 국제 학회에서 이를 공유하니 해외 교수들도 놀라워 했다”고 웃었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가 간이식 로봇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다만 이 교수는 기증자에게는 여전히 로봇보다는 복강경 수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복강경은 기구의 관절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카메라가 휘어져 간 뒤쪽, 옆구리 등 접근이 어려운 부위를 정확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로봇은 관절 움직임이 자유로워 정밀한 수술 조작에는 적합하지만 카메라가 직선형이어서 시야 확보에는 다소 제한이 있다.

이 교수는 “수술에 필요한 지혈 도구(클리퍼)나 초음파 절삭기(CUSA) 등 일부 장비는 아직 복강경이 앞서있다”며 “기증자 수술 과정에서 지혈을 위해 클리퍼 교체가 필요한 데 로봇은 몸 안으로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기증자 수술에는 복강경이 로봇 수술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로봇 간이식이 더 널리 퍼지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로봇 수혜자 수술 비용은 약 4000만 원으로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과 달리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수술에 필요한 로봇이 많지 않아 간 이식의 경우 한 달에 한번만 로봇 사용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환자마다 다르겠지만 실손보험이 없으면 비용 문제로 섣불리 추천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우리보다 로봇 간이식 후발주자지만 현재 가장 앞서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하루 최대 4대의 로봇 수술이 가능한 데 반해 한 달에 한번만 가능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로봇 간이식은 단기적으로는 회복 속도에서 장기적으로는 미용과 삶의 질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환자와 가족은 물론 생명을 살리는 술기를 배우고 싶은 국내 젊은 외과의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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