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술자문위원회 회의 결론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결론을 토대로 조만간 국회 설명회를 거쳐 다음 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개최를 통해 사업이 재개될 예정이다.
1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방위사업청은 국방부 장관 지시로 지난주 KDDX 기술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논란이 된 ‘사업 방식’ 및 기술 진부화에 대한 ‘기술 검토’ 등을 함께 논의했다.
회의의 최대 쟁점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기존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와의 ‘수의계약’이냐 개념설계를 맡은 업체도 참여하는 ‘경쟁입찰’ 방식이냐 여부로, 민간 전문가들 대다수는 안정적 함정 건조를 위해선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동일 업체가 수행하는 수의계약 방식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형 구축함 전락’ 가능성과 새로운 설계 필요성 주장과 관련해 KDDX에 반영된 기술이 현대전에 맞는지 여부를 따지는 기술검토에 대해서도 ‘이상 없다”는 중론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지난 14일 기술자문위원회 회의 결론을 종합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최종 보고했다.
보고 자리에서 안 장관은 “1년 넘게 오랜 기간 논란이 되고 있는 사업 방식에 대해 기술자문위원회가 기존과 같은 결론을 내놓았다니.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이해하겠다) 오해를 사거나 문제가 되지 않게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들여다 봐달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자문위원회 회의는 방사청 함정사업부장 직무대리(대령)이 주관하고 대학교수,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다수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방사청은 국방부 장관 지시에 따라 최종적으로 기술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도출된 결론을 토대로 국회 설명회까지 마무리한 후 다음 달 중순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 다음 달 하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개최해 사업 방식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방위사업청이 KDDX 사업 재개에 속도를 내면서 방산업계에선 사업 방식을 늦어도 9월 달까지 최종 결정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달까지 사업 방식을 결정해야 연내 사업 본격화가 가능해 지체된 전력화 시기를 그나마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7조 6000억 원 규모의 KDDX 사업은 2036년까지 6000t급 6척 건조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2012년 개념설계와 2023년 기본설계 이후 2024년 6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선정을 거쳐 2029년 건조 및 시험평가를 마치고 2030년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쟁업체 간 법적 분쟁과 논란이 이어지면서 1년 넘게 지체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방위사업청은 최종 결론을 도출하려고 했지만 6월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이 KDDX 사업 방식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군 당국을 압박하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결국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술자문위원회와 국회 설명회를 거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까지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하는 까닭에 이르면 9월 또는10월에나 사업 방식이 결정될 상황이다. 이 시기마저 넘어가 갈 경우 자칫 2년 가까이 KDDX 전력화 차질로 해상방위 전력 구축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입찰공고를 거쳐 최종 업체 결정 이후에 선정된 체계종합업체는 수 백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과 기자재 납품 및 관련된 협의를 진행해야 방사청과 최종 계약을 할 수 있는 만큼 9월을 넘어가면 사실상 연내 사업 시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KDDX 사업 지연으로 협력업체들도 상당 기간 손을 놓고 기다릴 수는 있다 보니 사업에 착수하더라도 관련 기자재가 제 때 납품할 수 있는지, 사업기간 지연에 따른 비용은 얼마나 더 추가가 될지 판단해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체계종합업체도 도급장비에 대해 일일이 협력업체들의 상황 파악 및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관급으로 개발 중인 각종 핵심기술과 이에 대한 실상도 직접 짚어봐야 한다. 하지만 관급 연구개발에 체계종합업체가 배제된 채 상당기간 기술개발이 진행돼 이를 전체적으로 연동 및 통합하는 과정이 체계종합업체로선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사업 방식 선정이 지연으로 리스크가 겹겹이 쌓여있는 탓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까지도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기술자문위원회도 수의계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면 더 이상의 논쟁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만큼 무조건 9월에는 방추위에서 결정돼야 올 연말에 KDDX 사업 착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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