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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베테랑 대신한 용접로봇…선박납기 당겨 수주 확대 견인 [다시, KOREA 미러클]

['넥스트 레벨' 첨단제조업]-<중>성장·고용 확대의 마중물

하루16시간 투입…자동화율 70%

"생산성·품질 모두 숙련공 압도"

사람은 고장 여부만 점검하면 돼

여성·비숙련자도 고난도 용접 가능

원가 절감 트렌드…스마트화 분주

HD현대삼호 전남 영암조선소에서 용접용 협동로봇이 패널을 이어 붙이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삼호




HD현대삼호 전남 영암조선소에서 협동로봇이 패널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삼호


HD현대삼호 전남 영암조선소에서 협동로봇이 수행하는 패널 용접 작업을 현장 근로자가 감독하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삼호


이달 3일 찾은 HD현대삼호 전남 영암조선소. 패널 공장에서는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철판을 잇는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다. 열기와 푸른 불꽃 사이에서 일하는 것은 팔이 달린 용접 로봇이고 담당 직원은 한 발 뒤에서 지켜만 봤다.

선박 건조 시 용접은 배의 품질을 좌우한다. 수천 개의 구조물을 균일하게 연결해야 해 노련한 용접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춰야 용접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용접이 울퉁불퉁하게 될 경우 튀어나온 부분을 갈아내는 그라인딩 작업이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 숙련공이라도 8~10시간의 작업 동안 일관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자칫 집중력을 잃으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HD현대삼호는 이 문제를 협동로봇으로 해결했다. 글로벌 협동로봇 1위인 유니버설로봇과 국내 로봇 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뉴로메카와 협업해 용접 기술에 최적화된 로봇을 개발해 지금까지 80대를 도입했다. HD현대삼호는 실내에서 철판 등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의 자동화율도 70%까지 끌어올렸다. 평면 패널을 용접하는 협동로봇은 하루 16시간씩 일한다. 감독관은 2~6대의 협동로봇을 관리하면서 로봇의 고장 여부만 점검한다.

로봇 투입 이후 품질은 크게 향상됐다. 협동로봇은 정해진 입력값으로 움직이는지 확인만 하면 용접 결과물의 품질 편차는 거의 없다. 16시간씩 작업을 해도 완벽한 수준의 용접을 해내며 선박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작업을 더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다. 무더위나 한파같이 힘든 작업 환경에서도 완벽한 수준의 용접을 해낼 수 있다.



효율성 또한 크게 향상됐다. 로봇이 평면 패널 용접처럼 쉬운 반복 작업을 맡고 경험 많은 숙련자는 고난도의 곡면 용접을 맡으면서 HD현대삼호는 선박 인도 시점까지 앞당겼다.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협동로봇을 감독하던 숙련 용접공이 고난도 작업에만 투입돼 효율을 더 높일 수 있고 외국인이나 여성 등이 대신 감독 업무를 맡아도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용접뿐 아니라 검사·도장 등에도 협동로봇을 투입해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제조업에 로봇을 융합한 HD현대삼호 사례는 첨단 제조업 육성의 새로운 기회를 엿보게 한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한국은 자국 내 대규모 수요를 등에 업은 중국에 선두를 내준 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의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20년 32.1%에서 지난해 15%까지 떨어진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45.1%에서 70%로 급증했다. 그러나 점유율은 줄었지만 로봇에 기반한 스마트 공정을 통한 품질 개선과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 선박 시장에서는 리더십을 지키고 있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것 역시 첨단기술력 때문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은 군함 건조·수리를 비롯한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과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 중이다. 인력 등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방인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 첨단 제조업이 한미 동맹을 다지는 것은 물론 한국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셈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은 쇠퇴하는 주력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제조 기업이 AI을 도입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4조 4000억 달러(약 6050조 원)에 이르는 생산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도 AI 기술 도입 시 한국 기업의 부가가치는 7.6%, 매출은 4%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전통 제조업의 혁신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자동화와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혁신 기술을 도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중소형 협력 업체까지 혁신 DNA가 확산하면 산업 생태계는 선순환이 일면서 활력이 커질 수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일본과 달리 국내 로봇 부품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생태계 구축이 안 된 상태”라며 “조선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체를 혁신하려면 중소기업까지 혁신에 적극 나설 수 있게 초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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