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둔화, 고금리 압력 등으로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강등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재무 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는 일부 기업들의 채권에 대해선 저점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게 유효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3일 NH투자증권(005940)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평가 기준 글로벌 기업 중 올 들어 신용등급이 하이일드(BBB급 미만)로 강등된 기업은 7개사다. 관세 전쟁 리스크와 이에 따른 업종별 업황 둔화 등을 고려하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업은 하반기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하이일드 채권 투자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인 ‘기업 부도’는 점차 안정화하는 추세다. 5월 말 기준 글로벌 하이일드 기업들의 부도율은 4.28%로 미국 하이일드가 5.76%, 유럽 하이일드는 2.19%를 기록했다. 글로벌 하이일드 부도율은 지난해 11월부터 완만하게 낮아지고 있는데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 연말까지 미국 하이일드 부도율이 4.09%까지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다. 경기 지표들이 대체적으로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고 금리 인하 기대감도 아직 훼손되지 않은 덕분이다.
이에 NH투자증권은 높은 쿠폰 금리와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차익의 이점을 모두 누리고 싶은 투자자라면 일본 자동차 제조사 닛산과, 미국 미디어그룹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하이일드 채권 투자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두 기업 모두 지속적인 업황 부진으로 올 들어 신용등급이 BB급으로 강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BB급은 하이일드 채권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유통채권 가격 하락이 뒤따랐지만 두 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가격 수준은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닛산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약진과 미국의 소비 여력 둔화에 따라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가 확대되고 있고, 혼다와의 합병까지 결렬된 상황이다. 이에 회사는 2026년까지 전체 직원 15% 감원, 생산공장 축소(17개→10개)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책을 꺼내들었다. 닛산이 보유한 약 5조 4000억 원어치 부채 만기가 내년에 돌아오지만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약 16조 원이라 유동성 여건은 나쁘지 않다.
케이블 TV 시장 위축과 OTT 시장 경쟁 격화로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WBD는 스트리밍·스튜디오(S&S) 사업부문과 유선 TV 사업부문 분사를 추진 중이다. 분사 후 자본 구조와 재무 정책 불확실성이 현재 채권 가격에 반영돼 있는 만큼 회사의 고강도 부채 감축 계획을 고려하면 향후 재무 건전성은 양호할 것이란 판단이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 모두 모두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사업부문 매각과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2026년까지 정상화를 목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저가 매수 접근이 유효한 투자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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