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6월 26일 서북도서 최북단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K9‘ 자주포를 비롯해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등 290여발을 공해로 발사하는 포사격이 실시됐다. 북한과 가장 밀접한 서북도서를 지키는 최신 무기들이 일제히 화염을 내뿜으며 위용을 과시한 것으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로 중단됐던 서북도서 정례 해상사격훈련이 6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이후 정례 훈련은 분기별로 진행돼 올해도 2월과 6월에 두 차례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해상사격훈련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이하 서방사) 예하 해병대 제6여단 주도로 이뤄졌다. 이웃하고 있는 연평도에서도 해병대 연평부대가 동시에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서방사는 해병대사령관이 사령관이 지휘하며,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는 각각 백령도와 연평도에 주둔해 도서 방어 임무를 맡고 있다.
이처럼 ‘백령도=해병대’라는 공식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목할 대목은 서방사 창설 이후 북한의 기습상륙에 대비한 서북도서의 타격력과 방어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종전에 배치돼 있던 K9 자주포와 ‘구룡’ 다연장로켓 등 보다 위력적인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와 신형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 신형 대전차 미사일 ‘현궁’ 등 첨단 신무기가 배치된 덕분이다.
지난 2023년 6월 서북도서 일대에서 ‘결전태세 확립’ 추진 일환으로 육해공, 해병대 등의 합동 도서방어종합훈련을 실시한 영상에서 이들 신무기 훈련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신무기 대표 격인 천무는 미사일처럼 정확한 유도로켓을 비롯해 다양한 구경의 다연장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최대 사거리 약 300㎞의 지대지(地對地) 미사일도 쏠 수 있다. 천무 탑재 지대지 미사일은 북 ‘장사정포 벙커버스터’인 KTSSM(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의 사거리를 180㎞에서 300㎞로 늘린 신형이다.
천무가 쏠 수 있는 다연장로켓은 130㎜ 구형 ‘구룡’ 무유도 다연장로켓탄, 230㎜ 무유도 로켓, 239㎜ 유도로켓 등 3종이다. 239㎜ 유도로켓은 GPS/INS(관성항법장치) 유도장치가 장착돼 최대 80㎞ 떨어진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게 가능하다. 분산탄을 사용할 때는 300개의 자탄이 공중에서 뿌려져 최대 축구장 약 3배 크기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특히 단일 고폭탄두는 관통탄두로 60㎝ 이상의 콘크리트로 방어된 벙커나 건물 등을 파괴할 수 있다. 발사차량 1문당 12발의 로켓이 탑재할 수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제 하이마스 다연장로켓이 발사차량 1문당 6발만 탑재가 가능한 것과 비교해 천무가 하이마스보다 2배 가량 강력한 화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천무의 배치로 가장 큰 군사적 이점은 백령도에 큰 위협으로 부각돼온 북한 황해도 고암포 공기부양정 기지 등 주요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능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쯤 완공된 고암포 기지는 공기부양정 60~70척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대남 기습침투 모(母)기지로 알려졌다. 북한 공기부양정은 시속 100㎞ 가까운 고속으로 기동할 수 있어 백령도에 30분 내 침투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돼왔다. 만약 북한이 기습상륙 한다면 천무가 앞장서서 초토화 시키게 된다.
천무는 한자로는 ‘하늘 천, 우거질 무’ 로 ‘다연장로켓으로 하늘을 뒤덮는다’라는 뜻이다. 폴란드에도 288문이 수출됐다.
다음으로 신형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를 꼽을 수 있다. 차륜형 장갑차에 30㎜ 대공포 2문을 탑재한 최신형 무기체계다. 고폭소이탄과 전방파편탄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전방분산탄(AHEAD)은 소형 드론을 파괴하는 데 적합한 무장이다.
우리 군이 장기간 운용해온 대공포 20㎜ 발칸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발칸과 비교하면 대공포 구경이 늘어나면서 파괴력이 강력해졌다. 발칸의 대공 유효사거리는 2㎞에 못 미치지만 천호의 사거리는 3㎞ 이상, 최대 사거리 8.8㎞를 자랑한다. 1분당 최대 12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하늘의 호랑이’라는 의미처럼 차륜형 대공포 ‘천호(天虎)’는 도로·야지에서 빠른 기동이 가능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90㎞, 수상 속도는 시속 7㎞에 달한다. 기동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전술적 활용 가치가 높다. 드론이나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가 아군을 위협할 경우 신속하게 요격할 수 있다.
육안으로 조준해야 하는 발칸과 달리 천호는 전자광학추적기(EOTS)로 목표물을 자동으로, 주·야간 구분 없이 추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C2A)를 비롯한 사격통제체계와 연동해 실시간 작전을 펼치고 이를 통한 표적 획득부터 사격까지의 절차를 반자동화해 소형표적에 대한 정밀 조준과 타격 능력이 월등히 우수해졌다.
실제 천호의 레이다 시스템은 아군에게 든든함을, 적에게는 두려움을 선사한다. 흐린 날씨 탓에 육안으로는 표적지 식별이 어려운 환경에도, 전자광학추적기를 갖춘 천호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 목표물의 이동 경로를 따라 포탑 및 30㎜ 대공포도 상하좌우로 회전하며 목표물을 정조준해 산산조작을 낸다.
천호 시스템의 핵심인 다기능 레이다는 360도 전 방향에서 동시에 여러 목표를 추적할 수 있고, 발사대는 자동으로 가장 위협적인 목표를 우선순위에 두고 발사한다.
마지막 신무기는 ‘현궁’으로 보병 휴대용 대공미사일로 최대 2.5㎞ 떨어져 있는 적 전차 등을 파괴한다. 발사된 뒤 자동으로 목표물을 추적해 타격하는 게 가능하다.
‘빛 화살(晛弓)’ 의미가 담긴 현궁은 국군이 보유한 3세대 대전차 미사일이다.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MRIM·Medium Range Infantry Missile)로 휴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적 전차·장갑차 등과 교전하기에 충분한 화력과 스마트한 기능을 탑재해 사수의 생존성 또한 대폭 향상된 무기체계다.
보병대대급 대전차 유도무기인 90㎜, 106㎜ 무반동총과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 등 노후화한 대전차 무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가장 큰 특징은 재블린처럼 3세대급 보병용 대전차 유도무기로 CCD 소자나 열영상 감지 탐색기, 수동 또는 능동형 밀리미터파 탐색기 등을 복합해 적용한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사일 스스로 적외선 이미지를 이용해 표적을 추적하기 때문에 발사 직후 사수가 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만큼 사수가 공격당할 가능성을 줄여줘 생존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사일 중량이 13㎏에 불과해 유사한 다른 무기들보다 3㎏이상 가볍다. 지상발사시 사거리는 약 2.5~3㎞이며, 관통성능은 900㎜에 달한다. 게다가 직사모드와 탑어택 모드를 선택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직사모드의 경우 발사지점에서 목표물까지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방식이다. 탑어택 방식은 발시 이후 일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 목표물에 직각으로 떨어지는 방식이다. 발사모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의 대전차 전력을 비롯해 엄폐호 공격이 가능하고, 한정적이지만 헬기공격도 할 수 있다.
가격도 동급 무기체계 대비 저렴하다. 재블린의 대당 가격이 3억원으로, 현궁의 대당가격은 1억원 정도다.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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