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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과세에 지방만 텅텅…준공후 미분양 12년來 최대

[잘못된 법, 산업 어떻게 망쳤나] <5>부동산

설익은 정책에 '똘똘한 한채' 쏠림 심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84㎡ 4개월새 13억↑

'양극화 척도' 5분위 배율 11.9배 최고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대구시 중구 A아파트. 올해 3월 준공한 이 단지는 입주민 발길이 뜸하다. 2021년 7월 분양에 나섰지만 분양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 390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분양으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심각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사 측이 기업구조조정(CR)리츠를 통한 임대에 나섰는데 수분양자의 반발만 사고 있다.

지방 미분양이 심각해지면서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서울 강남 일대의 아파트는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오를 정도의 고공 행진이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 현상은 문재인 정부 이후 극심해졌다. 부동산 세제 강화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확산하며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쏠림 등이 뚜렷해진 데 비해 비강남 지역과 지방은 시장 위축기에 극심한 가격 조정을 거쳤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1.9배를 기록해 2008년 12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5분위 배율은 가격 상위 20%(5분위) 아파트값 평균을 하위 20%(1분위)로 나눈 값으로 고가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를 보여주는 지표다. 서울로 국한해 보더라도 상위 20% 평균 매매가격은 31억 4419만 원, 하위 20%는 4억 9085만 원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3구는 올 들어 거래된 매물의 절반 이상이 신고가에 매매됐다. 강남구 개포동 신축 단지인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8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2월(25억 원) 거래보다 13억 원 이상 뛴 금액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는 3월 13억 8000만 원에 소유주가 바뀌었다. 1월 11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개월 새 2억 원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5.2% 증가한 2만 6422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8월(2만 6453가구) 이후 11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대구(3776가구), 경북(3308가구), 경남(3176가구), 부산(2462가구) 등에서 집을 준공하고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방치한 주택이 수천 가구에 달했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 시장 온도 차는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의 동시 강화가 빚은 정책적 산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가격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등 징벌적 과세를 강화했다.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에서 3주택 이상 소유자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최고 3.2%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내놓았고 2020년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의 취득세 중과세율을 12%까지 높였다. 공시가격 3억 원 이상인 주택 3채를 보유하면 종부세 대상이 되지만 공시가격 12억 원 미만의 주택 1채만 갖고 있으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정책적 강화 방침은 결국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부추겼고 결과적으로 서울 강남 쏠림 현상이 극심해졌다. 올 2월 기준 강남3구의 외지인 주택 매수 비율은 62.4%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수요자 사이에서는 이미 ‘상급지’ ‘중급지’ ‘하급지’ 등 투자 계급이 나눠져 있다”며 “서울 강남 아파트는 자금 조달만 가능하면 보지도 않고 산다는 말이 돌 정도로 심각했다”고 언급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미분양 주택은 외지인이 매입해야 하는데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로 인해 해소가 쉽지 않다”며 “지방 주택을 ‘세컨드 하우스’로 인정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책은 따로 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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