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는 일명 ‘개 식용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염소고기가 대체 보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염소탕이나 염소전골 등 염소고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프랜차이즈 식당까지 등장하면서 서울 강남 등지에 염소고기 가맹점이 문을 여는 등 관련 시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30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염소고기 수입 검역량은 2021년 2027톤에서 지난해 8349톤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면서 관세청 기준 올해 5월까지의 염소고기 수입량은 3856.5톤으로 전년 동기(2854.6톤) 수준을 훌쩍 넘겼다. 염소고기를 수입한 국가는 호주와 뉴질랜드로, 지난해 기준 호주의 비중이 99%에 달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염소고기 수입량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개 식용 금지법의 시행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 시행에 따라 개고기 공급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개고기를 대체할 보양식으로 염소고기를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국회는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와 개 또는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를 어길 시 각각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벌금,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법안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는데, 처벌 등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또 △개사육농장과 △개를 식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도살·처리하거나 개를 원료로 사용해 만든 식품을 유통·판매하기 위한 시설 △개를 원료로 사용해 식품을 조리·가공해 판매하기 위한 시설을 신규로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들에게 폐업 또는 전업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개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도 제출하도록 하며 사실상 개고기 산업의 종말을 이끌었다.
염소고기를 메뉴로 한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염소고기 프랜차이즈는 총 13곳이다. 이 중 절반 가량인 ‘흑궁흑염소’ ‘바른흑염소’ 등 6곳이 지난해와 올해 문을 열었다. 해당 브랜드를 달고 지난해 새롭게 오픈한 염소고기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14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본죽’으로 잘 알려진 본아이에프는 ‘본흑염소 능이삼계탕’ 브랜드를 론칭하고 올 들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매장 2곳을 오픈했다. 본아이에프는 ‘아모르파티’로 잘 알려진 가수 김연자씨를 모델로 선정하고 마케팅 활동도 활발하게 벌였다. 본아이에프는 현재 3호점 오픈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염소고기가 개고기의 대안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혁상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지사장은 “염소고기의 경우 개고기와 식감은 물론 요리 방식이나 부위, 통상적으로 마리 당 평균 무게가 15㎏ 전후라는 점 등이 유사하다”며 “특히 ‘보양’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섭취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염소고기가 개고기를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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