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당초 공급 계획의 5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하면서 연간 가계대출 규모는 규제 전보다 20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 규모와 관련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조정 폭을 1% 정도로 가정하면 가계부채가 18조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20조 원 정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명목 GDP 성장률에 맞춰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예상한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은 3.8%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이 앞다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관리 한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 당국은 하반기 대출 총량부터 수정해 각 금융사별 할당치를 조만간 전달할 계획이다. 우선 기존에 설정해둔 총량을 50% 줄인 뒤 상반기 대출 실적 등을 감안해 개별 한도를 배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당장 다음 달부터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이 할당받은 대출 총량은 하반기 기준 당초 4조 원에서 2조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월별로 나눠보면 은행들마다 매달 1000억 원 수준으로 대출 증가액을 억눌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달 각 은행에서 늘어난 평균 대출액이 5000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목표치다.
한도가 줄어든 만큼 은행마다 일일 한도를 정해 대출을 제한하는 일도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올 초에도 KB국민과 하나은행 등에서는 영업이 개시되자마자 일일 한도가 동이 나는 ‘오픈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은행의 영업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당국이 신규 대출 취급을 제한한 여파로 올 들어 1분기에는 은행 자체 대출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면서 “앞으로도 대출을 크게 늘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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