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딥시크’로 불리는 중국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마누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중국 4대 AI 호랑이’ 중 하나인 ‘미니맥스’는 우리나라에 상표권을 등록하며 한국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중국 AI 스타트업들의 안방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중국 AI 스타트업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최근 국내에 ‘마누스’ 상표권을 등록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초대 코드가 있는 사용자에게만 마누스 이용을 허용했는데 이제는 월 구독료 19~199달러를 낸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방한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마누스 AI’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얼리어댑터(새 제품을 남들보다 앞서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수가 약 8000건이 됐다.
마누스는 제2의 딥시크로 불리우는 전 세계 최초의 범용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회사 측에 따르면 마누스는 범용AI(AGI) 성능 평가인 GAIA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딥리서치’를 뛰어넘는 성능을 기록했다. 마누스는 AGI 에이전트인 만큼 수동적인 명령만 수행하는 기존 AI 에이전트와 달리 사람처럼 생각해 필요한 것을 찾아 직접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어떤 회사가 AI 엔지니어를 뽑기 위해 여러 지원자의 이력서 파일을 입력하면 마누스가 지원자별 경쟁력, 취업 시장 동향 등을 분석해 우선 채용 순위를 제안하는 식이다. 회사는 마누스에 대해 “단순히 이용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대체하는 AI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마누스뿐만 아니라 또 다른 중국 AI 스타트업인 미니맥스도 최근 국내에서 상표권을 등록했다. 국내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된다. 바이촨·즈푸AI·문샷AI와 함께 ‘중국 AI 4대 호랑이’로 불리는 미니맥스의 기업가치는 25억 달러(약 3조 4072억 원)에 달한다. AI 챗봇, AI 동영상 생성 앱 등으로 인기를 얻으며 연 매출 7000만 달러(약 954억 원)를 올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 AI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까닭은 한국이 AI 민감도가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4명 중 1명이 ‘챗GPT’ 등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료 구독 AI 서비스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독하는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299% 급증했다. 챗GPT 유료 구독자 수는 미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많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과 함께 글로벌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허깅페이스에 따르면 딥시크의 AI 모델 ‘V3’는 지난달에만 204만 건이 다운로드됐다. 메타의 가장 최신 모델 ‘라마4(59만 건)’ 대비 약 4배로 많은 수치다. 알리바바의 ‘큐원3-8B(149만 건)’ ‘큐원3-0.6B(102만 건)’ 역시 100만 건 넘게 다운로드된 가운데 텐센트의 ‘훈위안3D-2’도 같은 기간 30만 건이나 다운로드 됐다.
중국 기업들이 힘을 합치는 식으로 소버린(주권) AI 전략을 펼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마누스는 알리바바의 큐원 개발팀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중국 내수용 AI 에이전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딥시크의 AI 모델을 자율주행 시스템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AIPRM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 수는 189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5509개)이나 중국(1446개)에 한참 못 미친다. 이 때문에 기업들끼리 서로 뭉쳐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에 최근 SK텔레콤(017670)이 자사 AI 서비스에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하고 업스테이지도 자체 LLM을 퓨리오사 AI의 차세대 NPU에 접목하는 시도 등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안방 시장 공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AI 3대 강국’을 목표로 AI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서의 지원 방향도 주목된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AI 양대 강국인 미국·중국에 근접한 3강이 되는 목표를 2∼3년 이내 달성하겠다”고 밝히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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