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금융기관의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으며 금융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가운데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12%를 넘어서며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금융기관의 전체 연체율은 2022년 말 1.75%에서 2025년 1분기 말 4.92%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2.25%에서 7.43%, 저축은행은 3.40%에서 8.99%, 상호금융은 2.12%에서 6.45%로 급등하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부실이 두드러졌다.
건설·부동산업 대출 부실이 연체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방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20.2%로 치솟았고, 전체 PF 대출 연체율도 저축은행 18.8%, 상호금융 11.7%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비은행권 연체율은 과거와 달리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한은은 고금리, 경기 둔화,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차주의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 연체액 증가와 채무상환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모두에서 연체 잔액이 확대됐다.
자영업자 부문의 위험도 심각하다. 자영업자 대출 중 비은행권 연체율은 3.92%로 은행권(0.53%)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24%로, 비취약 자영업자(0.46%)보다 약 27배에 달했다. 2013년 2분기(13.54%) 이후 최고치인데다 장기 평균(8.35%)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자(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경우를 취약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자영업 가구의 재무건전성도 열악하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DTA)은 34.2%로 비자영업 가구보다 낮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4.9%로 비자영업 가구(27.4%)보다 높다. 자산과 소득 양측면 모두에서 취약한 ‘고위험 자영업 가구’는 전체의 3.2%에 달하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 비중도 6.2%로 높은 편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향후 이자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은 있으나, 서비스업 경기 부진 등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회복이 더뎌 상환능력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은은 “채무조정과 재취업 지원 등 맞춤형 대응책과 함께, 회생 가능성이 낮은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 및 금융기관의 충당금 확충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2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소상공인 재기 지원금과 민생 회복 지원금 등이 소득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장기 연체 채권 소각 및 폐업 지원이 연체율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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