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자회사 한화에비에이션이 미국 내 항공기 엔진 유지·정비·보수(MRO) 시설을 인수했다. 출범 1년 만에 상업용 항공기·항공엔진 리스 사업을 넘어 MRO까지 사업 확장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미 군용기 MRO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해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비에이션은 최근 미국에서 제네럴일렉트릭(GE)과 CFM 인터내셔널 등 주요 항공 엔진 업체의 엔진 정비에 특화된 MRO 시설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 비용과 시설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인수 시설은 항공 분야에서 대표적 국제인증기관인 미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 영국 민간항공청(UK CAA)의 인증을 모두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비에이션은 7~8월 중 인수한 시설에 대한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새 명칭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다. 한화에비에이션 관계자는 “엔진 리스 사업에 MRO 기능을 통합하면서 엔진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는 지난해 4월 540억 원을 출자해 한화에비에이션을 설립했다. 10년 내 항공기 엔진 및 항공기 자산 1000대 이상을 확보해 항공업계 최고의 리스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25억 원, 432억 원을 더 투입했고 올해 2월 다시 22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첫 글로벌 거점으로 미국 내 엔진 MRO 시설을 확보하면서 한화에비에이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 항공사업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 군용기 MRO 사업 진출을 노리면서 한화에비에이션이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5월 ‘지역거점 운영 유지체계(RSF)’ 계획을 통해 각 작전 지역 인근에 위치한 동맹국의 산업 역량을 활용해 MRO 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올 초 MRO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방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대한항공(003490)의 사업장을 방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비에이션을 통해 항공 MRO 역량을 높이고 한국과 미국을 아우르는 MRO 통합 시스템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선박 MRO의 경우도 미국 필라델피아주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거제 조선소와 함께 운영하는 방식을 준비 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MRO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39억 달러(약 142조 원)에서 연평균 1.8% 성장해 2034년 1241억 달러(약 16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MRO 사업 확대와 함께 2030년대 중반까지 독자 항공엔진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5년간 1만 대 이상의 항공 엔진을 제작했지만 모두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 GE와 프랫앤드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3대 엔진 제작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것들이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등 6개국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국가가 엔진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만큼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국산화해 항공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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