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이었던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꿈을 품고 치킨을 튀겨내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19일 찾은 경북 구미 송정동 일대. 구미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동아백화점 앞까지 이어지는 평범했던 약 500m의 거리는 이달 초 ‘교촌1991로’라는 이름의 문화거리로 재탄생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구미시와 손잡고 구미 최초의 명예도로이자 교촌의 역사를 담은 문화거리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구미에서 시작된 교촌의 초심을 되새기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지역 기업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조성에는 약 18억 원이 투입됐는데 교촌과 구미시가 각각 13억 원과 5억 원을 부담했다.
교촌 1호점 매장부터 터미널사거리까지 양옆으로 넓게 펼쳐진 교촌1991로는 총 6개 공간과 10개의 구역으로 구성됐다. 거리에 들어서니 1호점 매장 부근에 설치된 옛 프라이드 배달차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실제 차량의 절반 크기로 만들어진 이 조형물은 창업 당시 권원강 회장이 뜨거운 치킨을 식지 않게 하기 위해 여름에도 에어컨을 끄고 배달을 다녔다는 일화를 담고 있다. 교촌의 캐릭터 조형물로 꾸며진 '치맥공원'과 교촌의 대표 소스인 허니·간장·레드를 벤치 및 버스정류장으로 형상화한 '소스로드'도 있었다.
방문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도 마련됐다. '소스바르기 어트랙션'에서는 교촌만의 제조 기법으로 알려진 '소스 붓질'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바로 옆 전화부스에선 수화기를 들면 ‘114 에피소드’ 등 교촌 창업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거리 조성은 교촌 1호점 매장의 리뉴얼과 함께 진행됐다. 1991년 10평 남짓한 매장에서 '교촌통닭'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교촌 1호점은 권 회장의 절실한 마음이 깃든 특별한 공간이다. △치킨무 전용 용기 △양념 붓질 △허니콤보 △종이박스 포장 등 지금은 익숙한 방식들이 사실상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 매장은 점포 네 개가 있던 자리를 터서 확장 및 보수했고 권 회장의 창업 이야기 및 굿즈가 전시된 공간을 마련했다. 구미산 양파를 활용한 플래터 메뉴, 치룽지 세트 같은 한정 메뉴도 판매해 차별점을 뒀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팀장은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권 회장의 초심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구미를 대표하는 명소로서 오랫동안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교촌 1호점은 구미 산업문화 투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도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구미와 함께 하는 사회적 연대 활동을 발굴하고 1호점 전용 로컬 메뉴와 지역 특산물 기반 메뉴를 지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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