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숫자 ‘3000’을 코스피가 마침내 넘어섰다. 3년 6개월 만에 다시 오른 고지다. 이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곤 줄곧 오름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지난주에만 4.4% 상승하며 3020선에 안착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다음으로 향한다. “더 갈 수 있을까?”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랠리는 기업 실적보다는 기대 심리가 주도한 상승이라는 분석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이익(주당순이익·EPS)보다는 자본시장 선진화 기대(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간 저평가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다시 주목받으며,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진단했다. EPS는 한 주당 회사가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주고 PER은 그 이익에 비해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나타낸다.
기대감이 만든 상승인 만큼 되돌림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단기간 급등한 금융·지주사·건설·조선·방산 업종엔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연구원은 “현재의 흐름은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반등”이라며 “하반기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인터넷 업종에선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변수도 중동에서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3곳을 미국이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스피가 이달 들어 유일하게 하락한 13일 역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이뤄진 날이었다. 이는 단기 조정과 외국인 수급 둔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길어질 경우 국제유가 급등뿐만 아니라 환율과 수출, 외국인 자금 흐름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글로벌 불안이 커지면 통상 달러 강세가 나타나며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 이란 등 중동 지역은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은 아니지만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해상 물류 경로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의 해외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그간 랠리를 주도해온 외국인 수급에 균열이 생긴다면 국내 금융시장에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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