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공장 건설 때마다 송전선 설치 문제로 공사 기간이 수 년씩 길어지며 골머리를 앓았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 뛰어든 가운데 전력망 제도 개선이 늦어질 경우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이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준공일이 지연됐다. 서해안에서 만든 전력을 충남 당진과 아산을 거쳐 수도권 남부로 보내는 ‘북당진~신탕정’ 송전망의 경우 2003년 착공해 2012년 6월 끝낼 계획이었지만 지방자치단체와의 소송전과 주민 반대로 지난해 12월에야 공사를 마치면서 무려 150개월이나 밀렸다.
전력망 지연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캠퍼스 준공은 애초 2021년에서 2023년으로 2년 늦춰졌다. SK하이닉스의 새 거점인 용인 클러스터 역시 전력망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1·2기 공장의 전력 문제는 가까스로 해결했지만 경기 지역 곳곳에서 여전히 전력망 설치를 두고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3·4기 공장은 로드맵대로 이뤄질지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이 문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AI 시대 필수인 전력망 확보에 커다란 걸림돌이 돼 국가 경쟁력이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기존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보상금이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법안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력망 설비 용지에 대한 지원·보상 특례가 담긴 전력망특별법이 올 9월 시행되지만 먼저 협조한 지자체에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전력망을 민간에 개방해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지역별로 전기료를 차등해 전력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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