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디지털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을 촉진하기 위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SaaS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외부 기업이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SW) 도입부터 교육, 유지·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구독 서비스다. 기존 스마트 제조 혁신 지원은 비용 부담이 큰 하드웨어 구축 형태인 온프레미스(내부구축) 방식이었던 만큼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드는 SaaS를 활용해 더 많은 중소기업의 DX와 AX 전환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기부 제조혁신과는 올해 4월 4일부터 18일까지 ‘스마트 제조를 위한 SaaS 현황 및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스마트 공장 사업을 이어온 중기부가 구독형 SaaS 솔루션 조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대상은 SaaS 공급기업 190개사와 스마트공장 도입기업 175개사다. 조사방법은 온라인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됐다.
중소기업은 당면한 디지털 기술 격차와 IT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aaS 도입을 원하고 있다. 도입기업 10곳 중 6곳은 SaaS 구독 방식 솔루션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SaaS 도입 이유를 묻자 '소프트웨어 사후서비스(AS)와 업데이트 등 체계적인 관리가 16%, 초기 부담금 감소가 15%로 조사됐다. 정부 지원에 대한 수요를 보면 컨설팅 비용 지원과 구독료 지원이 각각 22%, 18%였다. SaaS 지원 사업은 정부가 지난 해 10월 발표한 ‘스마트 제조 혁신 생태계 고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스마트 제조 정책이 수요기업 중심에서 ICT 공급기업 역량 강화로 전환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한정된 예산으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기존 온프레미스 스마트 지원 사업은 급증하는 AI 제조업 수요를 따라가기 버거운 상태다. 실제 중기부의 지난해 스마트제조혁신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장을 보유한 중소·중기업 16만 3273개사 중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19.5% 불과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통계청 기업활동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기업의 AI 도입 현황과 효과를 정량 분석했다. 분석 결과, AI를 도입한 기업은 평균적으로 매출이 약 4%, 부가가치는 약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는 SaaS로 지원 사업을 통해 단순한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기업이 초기 경험을 통해 디지털 전환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유도할 빙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위한 제조용 SaaS는 적은 비용으로 개별 기업이 당면한 품질, 재고, 공정 리드타임 등 특정 문제를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IT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초기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기업 육성 강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IT시장분석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올해 2조 7098 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이 5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볼 때 국내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전종근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은 “국내 중소기업이 갈수록 격화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밖에 없다”며 “정부가 SaaS 전문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AI 기반 중소기업 제조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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