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근현대 넘어 고대사까지…한국학, 뿌리깊은 학문 돼야"

김환수 예일대 최초 한국학 교수 인터뷰

제주감귤 논문 쓴 제자 학내 수상

한국학 전공 교수도 5명으로 늘어

이젠 반짝 인기 넘어 기틀 다질때

호텔신라선 연구자 대상 숙박지원

정부·기업 함께 전략 투자 나서야

김환수 예일대 한국학 교수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학의 성장과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미국 예일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김환수 교수는 최근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의 제자가 한국을 주제로 작성한 논문이 ‘2025 예일대 동아시아학 윌리엄스 프라이즈’를 수상한 것이다. 이 상은 예일대에서 동아시아학과 관련한 최고 연구 논문에 수여하는데 김 교수의 제자 케이틀린 홍 씨가 제주도에 직접 체류하며 연구한 ‘국가 주도로 발전한 제주도의 감귤 산업과 관광 산업’에 대한 주제가 최고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연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한국학 연구자 숙박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다. 1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 교수는 “학부생이 이 정도 깊이 있는 논문을 쓰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며 “현장 조사를 가능케 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후원 덕분에 수준 높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홍 씨의 수상은 최근 미국에서 한국학이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K팝과 K드라마로 불붙은 한류는 이제 K학문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그가 2018년 예일대 최초의 한국학 교수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동아시아학부에는 중국학 교수 16명, 일본학 교수 11명만이 있었다. 김 교수는 “30년 전만 해도 한국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학생들이 한국을 공부하고 싶어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행복한 시대”라고 말했다.

실제 그가 첫발을 내디딘 지 7년 만에 예일대 내 한국학 전공 교수는 5명으로 늘었고 수강생도 급증했다. 그는 “한류 콘텐츠가 세계인의 이목을 끌면서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본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반짝 인기에 그칠 게 아니라 한국학의 기틀을 다져야 할 때라는 것. 그는 “일본이 1970~1980년대 미국 대학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일본학의 기틀을 닦았듯 한국도 이 시기를 놓치면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유행은 지나가지만 학문은 남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의 자발적인 후원에 기대기보다 정부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학 연구자 숙박 지원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호텔신라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한국학의 터전을 다질 수 있도록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환수 예일대 한국학 교수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학의 성장과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특히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지점은 한국학의 ‘기초 체력’과도 같은 연구 기반 확대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의 한국학 연구는 K팝·K드라마 등 근현대 대중문화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학이 K콘텐츠에만 치우치면 마치 지붕과 외벽은 화려한데 기초가 없는 건물처럼 불안정하다”며 “K콘텐츠를 넘어 고대사, 전근대 역사 등 보다 깊이 있는 분야까지 함께 연구가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한국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학생들의 연구 주제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예일대의 한 학생은 16세기 조선과 청나라 전쟁 당시 강화도에서 나타난 군사 전략을 연구했다. 또 다른 학생은 1920년대 조선일보·동아일보가 지배국 영국에 대항한 아일랜드의 독립운동 기사를 게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탐구했다. 김 교수는 “미국 학생들은 지금의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역사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며 “현대사뿐 아니라 고대사·종교·지역사회까지 관심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이런 학문적 열정을 뒷받침하는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일대에 한국 고대사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단순한 언어 교육이나 강의실 수업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이라는 공간 자체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정기적으로 미국 대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K팝 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사랑하는 지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팝은 훌륭한 입구지만 문을 연 뒤에 더 깊은 이야기, 더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보여줘야 한다”며 “한국학이 이제 ‘뿌리 깊은 나무’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