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유한화학이 고객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로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이번에 허가된 길리어드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예방 주사제 ‘예즈투고’(성분명 레나카파비르)의 5년 뒤 예상 매출액은 4조 원 이상이다. 모회사 연결 실적으로 반영되는 유한화학의 안정적인 매출은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을 위한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18일(현지시간) 길리어드의 HIV 예방 주사제 예즈투고에 품목허가 결정을 내렸다. 예즈투고는 체중 35㎏ 성인·청소년의 성 접촉으로 인한 HIV 감염 위험을 감소시키는 ‘노출 전 예방 요법(PrEP)’으로 6개월에 한 번씩 투여된다. 미국에서 HIV 노출 전 예방 요법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초의 연 2회 투여 선택지다.
이에 따라 예즈투고의 API를 공급하는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API) CDMO 자회사 유한화학도 수혜를 입게 됐다. 길리어드는 유럽연합(EU)과 호주, 브라질,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 등에서도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2030년 예즈투고의 매출액이 32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다.
앞서 유한양행은 두 차례에 걸쳐 길리어드와의 HIV 치료제 API 공급 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지난해 9월 계약은 1077억 원, 지난달 계약은 888억 원 규모로 유한양행은 두 번에 걸쳐 약 1965억 원의 금액을 수령했다. 최근 화성공장 증설을 완료한 유한화학은 길리어드 공급을 위해 생산시설 풀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API 위탁생산의 높은 수익성은 유한양행 실적과 추후 신약 개발 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9% 성장한 API 수출은 2분기부터 본격화할 길리어드 계약을 고려하면 연간 41.8% 성장이 기대된다”며 “FDA 승인 이후 상업화 물량을 공급하는 만큼 이전 매출 대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설을 완료한 유한화학이 다수의 잠재적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문의를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한화학은 현재 임상 3상 완료 단계인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문의 증가로 추가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추후 유한양행의 해외사업부 매출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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