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소의 급격한 증가가 ‘스페인식 대정전’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와 같은 ‘유연성 전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가 송전망 계통 불안 없이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 전환’을 성공하려면 적절한 에너지믹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간발전학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는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 엘타워에서 ‘전력시스템 위기와 민간발전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불안을 관리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이 서로 전력망을 연결해 필요에 따라 전기를 사고파는 것과 달리 한국의 전력망은 고립돼 있기 때문이다.
전력망은 실시간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주파수와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유럽과 같은 다국적망이나 미국·중국 등의 초거대망은 지역간 거래를 통해 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전력 섬’인 한국은 스스로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밖에 없다.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원전은 대개 24시간 운영하고 태양광·풍력 발전소는 햇빛·바람 유무에 따라 가동 여부가 결정하므로 결국 LNG 발전소가 수급 조절을 담당하게 된다.
손 교수는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경직성 전원의 발전 비중도 상당한데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나 에너지저장장치(BESS)도 충분하지 않다”며 “우리 전력망은 이미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시간당 5GW까지 출력 조절이 가능한 LNG 발전소가 수급 조절에 핵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발전소 운전과 정지를 반복하면 설비 수명이 짧아지고 발전 비용이 올라가는데 이같은 비용을 발전 공기업과 민간발전사들이 감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조상민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유연성 전원이 전력망에 기여하는 바를 측정해 보상하는 체계를 갖추자고 주장했다. LNG 발전소의 주파수 조정 능력을 정량화해 시장에서 단가를 보정해주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망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최근 유럽에서도 산업 경쟁력 악화와 재정 지출 불균형에 직면하며 탄소 감축 수단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보완재로서 가스 발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NG 발전소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보상체계가 포함된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전우영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의 핵심 에너지정책인 에너지고속도로 구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LNG 발전소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우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대만의 경우 재생에너지 30%에 LNG발전소 50%를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 교수는 “스페인 정전은 계통의 관성 확보가 전력망 회복탄력성 확보에 관건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런 점을 살펴봐도 관성력이 높은 LNG 발전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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