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물가 불확실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통화정책만으로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근처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과 수도권 주택가격 양극화 문제는 여전해 정책 운용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18일 상반기 물가안정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목표치인 2%대를 유지했으나 체감 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는 2%대를 웃돌아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낮은 수요 압력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관세 정책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했다.
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지경학적·지정학적 변수가 꼽혔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등 지경학적 요인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 조사국은 중국산 수입단가가 10%포인트 하락할 경우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이 약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의 상방과 하방 요인이 상쇄되면서 물가 안정 목표치(2%) 달성에 큰 어려움은 없으나 구조적인 요인에 대한 문제 해결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은은 특히 생활물가 소비 비중이 큰 취약계층의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생활물가 상승률에서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지난해 하반기 0.15%포인트에서 올해 1~5월 0.34%포인트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시장 양극화는 체감 물가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의 전체 주택가격 상승률은 19.1%로 미국과 호주 등 40%대를 웃도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수도권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수도권 가계의 월평균 자가주거비는 229만 원에 육박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50만 원대에 머물러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주거비 상승률 역시 최대 1.9%포인트 차이를 기록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높은 물가수준, 부동산 시장 양극화와 같은 문제는 구조적인 성격이 커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공급여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물가안정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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