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들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2025’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현재 비만약의 대세인 글루카곤유사펩사이드(GLP-1) 기반 치료제를 장기지속형·경구형 등으로 제형을 전환하고, 근육 감소나 구토 등 각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력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병용요법을 통해 GLP-1 성분을 비만이 아닌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일동제약·펩트론·인벤티지랩 등 K바이오도 ADA에서 새로운 임상 결과를 속속 공개하며 비만약 대전에 참전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DA의 하이라이트는 글로벌 비만약 연구개발(R&D) 동향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 GLP-1 기반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비만약 대전을 주도하고 있는 투톱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다. 양사는 현재 글로벌 비만약 시장의 93% 가량을 점유하며 새로운 기술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ADA에서 기존 위고비(2.4㎎)보다 용량을 대폭 늘린 7.2㎎의 비만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공개한다. 고도 비만이나 고강도 체중 감량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 될지 관심이다. 차세대 비만약 ‘카그리세마’의 임상 3상 결과도 관심이 쏠린다. 카그리세마는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티드 2.4㎎과 아밀린 유사체인 카그릴린티드 2.4㎎을 결합한 주사제다.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가를 통해 강력한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릴리는 ADA에서 경구용 GLP-1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르포글리프론은 저분자 기반 GLP-1 작용제로 경구용 제형을 만드는데 유리하다. 업계에서는 오르포글리프론의 상용화 예상 시점을 2026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르포글리프론과 함께 경구용 비만약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라이일리가 공개할 아밀린 작용제 ‘엘로랄린티드’의 초기 1상 데이터에 관심이 쏠린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과 함께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도당의 흡수를 늦추고 식욕을 조절함으로써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라이릴리는 스웨덴 카무루스에서 지속형 플랫폼을 도입해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병행 개발 중이다.
두 회사는 비만약 시장에서 양보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는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더불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 우군을 확대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딥애플테라퓨틱스를 8억 1200만 달러(1조 1800억 원)에 인수했다. 딥애플은 현재 비만 파이프라인을 3개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GLP-1 기반이 아닌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 기반 비만약 개발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일리도 최근 비만약의 근육 건강 및 체성분 개선 목적으로 주베나와 6억 5000만 달러(8700억 원) 규모로 공동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K바이오는 글로벌 투톱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한미약품은 근손실 없는 차세대 비만약, 유노비아는 경구형 GLP-1 작용제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한다. 펩트론은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 조절 기능성이 높은 펩타이드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 ‘PTAP-009’의 임상 과정을 처음 공개한다. 이 물질은 올 연말까지 일라이릴리의 기술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