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중국 보안당국은 자국 기업들에 미국의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제품 구매 금지를 권고했다. 미국은 해당 조치를 매우 충격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중국은 2018년 이후 미국의 거친 공세에도 불구하고 반격이라고 할 만한 실질적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재조치 불과 나흘 만에 미국 상무부 장관은 중국 핵심 인사와 워싱턴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해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달 하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후 미·중 관계에 대한 질문에 조만간 해빙이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의 첫 번째 반격에 5년간 강경 일변도였던 미국의 태도가 한순간에 변한 것이다.
2년이 지난 올해 5월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올 4월 상호관세 부과로 무역 전쟁을 시작했던 미국은 다급해졌고 수세에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은 오히려 느긋해진 분위기다. 100%가 넘는 고율의 보복관세까지 치달으면서 악화한 관계가 미·중 고위급회담을 통한 제네바 합의로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합의 이후 중국의 비관세 조치 해제가 지연됨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했다. 중국의 희토류 광물에 대한 수출 해제 지연이 문제였다.
중국은 올 4월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과거와 달리 실질적으로 단행했다. 이 조치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자동차 전기 모터에 사용되는 희토류의 공급 부족으로 미국 자동차 생산량이 감축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된 통화에서 무역 협상과 비관세 조치에 대한 미·중 간 회담을 이른 시일 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중국은 희토류의 수출을 한시적으로 허가했고, 관세 문제로 중단됐던 중국 항공사들의 미국 항공기 도입도 다시 개시됐다.
강력한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으로 미·중 관계가 보다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올 4월 이후 관세 전쟁의 흐름을 살펴보면 예측과는 다른 모습이다. 느긋한 중국에 비해 미국의 태도는 상대적으로 너무 다급한 모습이다. 미국의 일개 기업이 아니라 미국 자동차 산업 전체를 위협하는 두 번째 반격이 결정타였다.
두 국가의 위상은 조금은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다. 과거와 달리 실질적인 협상과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히려 수년간 악화하기만 했던 관계가 정식 협상을 통해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복원될 가능성까지 기대해 볼 만하다. 올 4월 10% 넘게 급락했던 글로벌 주식시장이 불과 한 달 만에 이전 수준까지 빠르게 회복했다. 반도체와 희토류가 각자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라고 본다면 향후 글로벌 공급망이 또 다른 변화를 맞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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